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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임시 공휴일과 임시직 직원..
신재일 칼럼

임시 공휴일과 임시직 직원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2/03 17:02 수정 2025.02.03 17:02
신 재 일 수필가

지난 설연휴는 본래 3일간이었는데 27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는 바람에 6일 연휴가 되었다. 이 때문에 귀성길은 많이 수월해졌다.
임시공휴일이 안 되었더라도 27일 하루를 휴가내면 6일 연휴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복지가 좋은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뿐이었다. 거래처인 대기업의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임시공휴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중소기업 직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번 임시공휴일은 1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로 결정되었다. ‘임시’의 뜻을 국어사전으로 찾아 보니 『미리 정하지 아니하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정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이렇게 임시로 하는 일이 혼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임시공휴일로 연휴가 길어지니 생각하지 못한 불편한 상황도 생겼다. 나도 준비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 27일에 처리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날 임시공휴일이 되는 바람에 관공서와 은행이 문을 닫아서 연휴가 끝난 지난달 31일에 했다.
이날 은행에 가니 창구에 대기하는 줄이 제법 길었다. 월말도 겹쳐서 손님이 많았다. 은행에서도 돈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시가 바쁜 월말에 일 처리가 늦어져 짜증이 났다.
임시공휴일처럼 임시로 사람을 뽑기도 한다. 임시직은 필요에 따라 뽑는 사람이다. 주로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나 1회성의 일을 하기 위해 뽑는다. 보통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의 형태가 많다. 또한 정식으로 뽑지 않고 일단 일을 시켜보고 나서 정식직원으로 승격해주는 조건도 있다.
이들은 정식직원과는 신분의 차이로 차별적인 대우를 감내하여야 한다. 여러 가지 제약으로 권리를 전부 누리지는 못한다. 눈치가 보여 정당한 권리도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기도 한다. 신분도 불안하다. 금방 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기간제 근로자와 같이 일한 적이 있는데 계약 연장이 안 될까봐 불안해하는 모습에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사실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모든 직원을 같이 대할 수는 없다. 임시로 필요한 일이 생겨 임시로 뽑은 사람에게 권리를 다 누리게 해주면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검증되지도 않는 사람을 바로 정식으로 뽑을 수도 없다.
이는 가게를 하면서 맞게되는 뜨내기 손님과 단골손님과의 차이와 같다. 뜨내기 손님은 임시로 고객이 된 경우라서 다음에도 다시 고객이 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거래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임시손님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임시손님이라도 다음에 올 것이 확실하거나 큰 이익을 줄 사람이라면 함부로 할 수 없다. 임시직도 확실한 사람이라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학생시절 프리렌서가 로망이었을 때가 있었다. 작가나 연기자 들이 소속사 없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너무 멋져 보였다. 그러나 직장생활하면서 환상이 깨졌다. 업무상 상대하는 프리랜서들은 내가 소속한 조직과 갑을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을의 위치에서 설움을 겪었다. 수입도 적었다. 100% 자유로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떤 프리랜서는 경쟁력이 있으니 당당했다. 능력이 뛰어나거나 배경이 좋으면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었다.
누구나 임시로 맡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임시직이 아니더라도 임시직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고위직일수록 임시직과 비슷한 환경이 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면 파리목숨이다. 그래서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라는 농담도 생겼다. 그래서 노조에서 승진을 거부할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임시로 하느냐 정규로 하느냐는 정도의 차이다. 보기에 따라서 임시직이나 정규직이나 별로 다를 것 없는 경우도 있다. 정규직도 장기적으로 보면 임시직이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오너가 아닌 이상 정년이 차면 퇴직해야 한다. 정년을 마치고도 계속 일을 할려면 임시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퇴직 후를 준비하고 있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임시직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대처할 수는 있다.
결국 우리의 인생 자체가 임시로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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