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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서울까지 운전해서 가 보니”..
신재일 칼럼

“서울까지 운전해서 가 보니”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2/17 15:46 수정 2025.02.17 15:46

지난 주말 서울에 사는 큰 딸의 이사하는 집을 봐주러 차를 몰고 서울에 다녀왔다. 10년전 서울에서 근무할 때 이후에 거의 10년만에 직접 차를 몰고 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도중에 이런 저런 생각도 할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어서 기차나 버스 여행을 즐겼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짐도 있고 언니 집에 가보고 싶어하는 작은 딸도 데리고 가야 해서 차를 몰고 가야 했다.
아침부터 짐을 챙기느라 서둘렀다. 그런데 서울에 가기 전에 작은 딸이 관공서에 서류를 하나 제출해야 한다. 서류를 고치다 보니 시간이 걸려 관공서에 도착했을 때 점심시간이 되고 말았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서류를 제출하니 오후 1시 30분에야 대구를 출발했다.
보통 대구에서 서울로 갈 때 경부 고속도로와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거쳐 간다. 이번에도 이 경로를 택했다. 마침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불금이라 차가 많았다. 문경을 지나서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요즘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지만 도로를 다니는 차는 여전히 많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하다.
일단 막히는 도로를 피해 다른 길로 빠져나왔다. 충주 부근에서 제천-평택 고속도로로 빠져나갔다. 수도권은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깔려 있어 길이 여러 갈래다. 그러나 어느 경로로 가더라도 정체는 있었다. 교통사고 같은 뚜렸한 이유도 없이 그저 차량이 많아서 생기는 정체였다. 그것도 어느 순간 갑자기 정체가 있다가 풀리는 패턴이었다.
안성분기점에서 경부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데 1km 이상 정체가 있다. 한참동안 서행하여 교차지점에서 램프 구간으로 들어가지 직전에 갑자기 앞에 대형 버스가 끼어들었다. 이 램프 구간은 1km 가까이 되는데 버스 때문에 시야가 가려 앞의 사정도 알 수 없게 되니 너무 답답했다. 버스는 전혀 미안해 하는 제스처도 없이 뻔뻔했다. 버스의 횡포에 너무 화가 났다. 그동안 내가 즐겨 탄 버스에는 이런 측면도 있었다.
갑자기 요즘 사회 상황이 오버랩되었다. 돌발하는 사건과 일방적인 SNS 때문에 시야가 막혀 진영논리로 서로 극단적인 주장만 주고받는 현상이다.
중도층에게 전혀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경부 고속도로에서 진입 후에는 심하게 막히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쉽게 갈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서울로 진입하는 순간 달래네 고개에서 반포까지 8km 정체라는 안내가 보인다. 여기에서 한 시간 이상 가다서다를 하며 시달리다가 간신히 한남대교를 넘었는데 진짜 최악의 상황으로 불금의 퇴근길에 걸렸다. 오후 6시가 넘어버린 것이다. 시내 교통도 많이 막혔다.
결국 어처구니 없게도 7시로 예정된 약속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아침부터 설친 보람이 없었다. 서울에 가는데만 하루 종일 걸린 셈이다. 가야 할 장소는 한남동인데 여기에는 주차할 장소가 없었다.
막다른 골목이 많았고 급경사지들이라 골목 주차는 불가능했다. 간신히 공공주차장을 찾아 주차하다 보니 많이 늦었다. 이런 경사지까지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것을 보면 서울에는 확실이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사는가 보다.
수도권 집중 문제가 요즘 집중되고 있다. 시골 출신이라 어려서 서울과 촌놈이라는 구분이 너무 싫었다. 학생시절 지방인을 깔보는 서울 출신들도 싫었다. 그러다가 교통이 편리해지고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동안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지방까지 진출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내가 서울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주중 서울 생활과 주말 대구 생활의 수준 차이가 어릴 때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다. 지방은 미분양사태로 고생하는데 서울만 고공행진하며 독주하고 있다. 지방 사람들이 다시 서울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운전하면서 느낀 점은 서울과 지방 간에는 격차 뿐만 아니라 장벽도 크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 사람이 서울에 갈려면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희생을 무릎쓰고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현실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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