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의 권한쟁의심판 인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이 지연되면서 그에게 임시로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헌재에 제기됐다.
63년생인 마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을 졸업해, 지난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 후 2000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사법연수원 29기인 그는 대구지방법원에서 법조계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 2004년 인천지방법원 행정재판부에 있다가, 2007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 판사를 지냈다.
이후 지난 2019년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처음으로 신설된 경력대등재판부에 민사9부 부장판사로 전보됐다.
특히 정치계의 거목으로 꼽혔던 진보당 故노회찬 국회의원과 친분 등 좌파성향 인물로 꼽힌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는 '마 후보자의 정식 재판관 임명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취지의 임시지위 가처분 신청서를 이날 오전 헌재에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는데, 여기에 더해 헌재가 직접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신청서에서 "국가기관의 지위를 가지는 피신청인(최 대행)이 헌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헌재의 결정에 모든 국가기관이 따라야 하는 법 원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헌재 판례에 따라 헌법소원에 대한 가처분은 공권력의 행사와 관련해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에 따라 허용된다.
김 변호사는 재판관 부족으로 자신이 낸 다른 헌법소원 사건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며 헌재 결정의 정당성이 왜곡될 수 있어 중대한 손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낸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하면서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직접 임명해달라는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가 직접 법률관계를 형성(발생·변경·소멸)하는 결정은 내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가처분 결정이 있으면 피신청인의 별도의 행위 없이 본안 사건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가처분 결정의 내용대로 법률관계가 형성된다'는 헌재 실무제요를 바탕으로 헌재가 가처분을 통해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임시로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26일 본회의를 열고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세 사람을 재판관 후보자로 선출했다.
그러나 최 대행은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