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꽃샘추위로 움추린 주간이었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이 위축되었다. 겨우내 겪었던 답답함을 벗어버리고자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섣불리 집 밖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이번 꽃샘추위에 대하여 북극 상공의 영하 40도의 찬 공기가 한반도에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기상학자들도 있고 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패딩을 다시 꺼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언론도 있었다.
어쨌든 정상적이지 않는 계절의 흐름인데 문제는 앞으로 더 자주 있을 것 같다.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인가 보다.
이번 꽃샘추위의 특징은 기온이 내려간 것 보다는 철에 맞지 않는 폭설이 내려서 문제였다. 춘분이 되었는데 폭설이라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남해안의 고속도로에서는 버스가 눈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40중 추돌사건이 났다는 뉴스도 있었다.
아마도 눈이 안 오는 때인데 눈이 오다 보니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지역은 한겨울에도 눈이 잘 안 오는 곳이라서 특히 대비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도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잇달았다.
폭설이 내리던 날은 마침 경남 진주에 갈 일이 있었는데 고속버스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오전에 추돌사고 뉴스를 듣고 기차로 바꿔서 갈까 하다가 여의치 못해 그대로 버스를 타고가야만 했다. 다행히 내가 갈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전에는 눈이 쌓였지만 오후에는 다 녹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한겨울 날씨는 아니다 보니 보니 눈이 쌓이거나 얼어붙지는 않았다.
이번 꽃샘추위를 보내며 이 때문에 봄이 늦춰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다른 건 몰라도 꽃이 피는 것이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곧 시작될 벚꽃의 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된다.
거리에는 이번 주부터 벚꽃축제를 한다는 현수막이 많다. 벚꽃 축제는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축제다. 전국적으로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축제에서 벚꽃의 개화시기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 몇 년간 봄의 기온에 영향을 받아 개화시기와 축제 개최 일자가 맞지 않아 낭패를 본 경우가 있었다. 올해도 이번의 꽃샘추위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렇게 예기치 않는 추위에 움추러든 주중이 지나고 주말이 되자 언제 꽃샘추위가 왔느냐는 듯이 화창한 날씨가 왔다. 완연한 봄날씨였다.
마침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도 전구단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오히려 차안에서는 에어컨을 틀어야 할 정도로 햇볕이 따뜻했다. 꽃샘추위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일주일 안에 이렇게 날씨가 변할 수도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번주도 꽃샘추위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날씨는 여전히 요지경같다.
이번 꽃샘추위는 예전에 비해 늦게 온 것 같다. 3월 초에 추웠던 날씨는 꽃샘추위라기 보다는 그냥 겨울의 연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의 시작 자체가 늦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꽃샘추위도 늦게 온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 또한 기후변화 때문일 것이다. 늦게 온 꽃샘추위는 상대적으로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봄의 햇볕이 강하기 때문이다.
꽃샘추위라는 현상을 꼭 날씨에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회의 변화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때도 꽃샘추위 같은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요즘 사회는 예전의 따뜻한 사회분위기를 볼 수 없다. 너무 과격하다. 게다가 지난 주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때문에 맘 놓고 즐길 분위기도 아니다. 이래저래 봄을 즐기기에는 만만치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봄을 시샘하는 날씨나 사회현상을 이기고 우리의 마음 만이라도 봄을 맞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