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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저산 너머에는”..
신재일 칼럼

“저산 너머에는”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4/14 16:10 수정 2025.04.14 16:10

창문넘어 팔공산이 보인다. 거실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산을 감상하게 된다. 저멀리 산의 웅장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4층이라 앞의 건물에 가려 팔공산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로 이사하여 12층에 살게 되면서 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우리 아파트는 고지대에 있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12층이지만 집 앞의 고층 아파트 옥상보다 높다.
집에서 팔공산까지는 직선으로 15km정도 된다. 보기보다 먼거리이긴 하지만 장애물이 없으니 가깝게 보인다. 가끔 미세먼지로 가시거리가 짧아질 때도 산마루의 윤곽만은 뚜렷하게 보인다.
아마 이정도 거리가 팔공산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에 적당할 것이다. 분지인 대구를 둘러싼 산들 중에 팔공산이 가장 멋지게 보이는 균형잡힌 위치에 있는 셈이다. 너무 가까우면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고 너무 멀면 아주 조그마하게 보여 웅장함을 느낄 수 없다.
팔공산을 즐겁게 감상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다른 산들과 비교가 되기 때문도 있다. 팔공산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보니 모든 산 위에 지존으로 존재하는 모양새다. 대구시내에 대부분에서 시야가 가리는 장애물이 없으면 산의 모습이 보인다. 포항에서 고속도로로 대구로 오다 보면 영천을 지나고 나면 정면으로 이산이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이 산만 있다면 밋밋하지만 작은 산봉우리들도 여러개 같이 보이기에 비교를 하게 된다.
팔공산과 우리집 사이에 작은 산이 많은데 내가 사는 곳도 옛날에는 낮은 산이었을 수도 있다. 이들은 모두 고만고만해서 팔공산을 드높이고 있다. 특히 겨울에 눈이 오면 그 앞의 낮은 산에는 눈이 녹았지만 팔공산 봉우리에만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팔공산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저 산의 정상에 한번도 올라가보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저 산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다. 팔공산의 앞에 있는 산을 넘어야 하고 집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그사이에 금호강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산에 올라가기 보다는 이렇게 감상하는 것이 산에 대해 더 잘 알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산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때 더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굳이 다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한다. 신비로움으로 남아 있는 것이 더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 산 자체 뿐만 아니라 산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특히 지역을 구분하는 경계임과 동시에 다른 많은 것을 구분하는 경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유럽에서 피레네 산맥의 저쪽에서의 정의가 이쪽에서는 불의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 이와 같이 저 산을 경계로 생활습관이나 가치관 같은 것이 다른 면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산을 넘어가 보고 싶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 호기심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탐험의 차원과 같다. 사실 몇 번 가보기도 했다. 전에 영천지역에 근무하였는데 안동지역으로 출장을 가면서 28번 국도와 영천 상주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이 도로들이 팔공산 저쪽면에 있다. 출장중 팔공산을 보면서 저산 너머에 우리 집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렇게 가보는 것은 산을 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서도 산 정상은 먼발치로만 보였다. 또한 우리 아파트에서처럼 산의 전체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차를 세워놓고 산을 감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공간적으로 산 너머에 대한 호기심은 시간적으로 미래에 대한 호기심으로도 이어진다. 흔히 중요한 고비를 넘을 때 산을 넘는다는 표현을 한다. 인생의 여정을 산넘고 강건너 가는 여행으로 비유한다면 큰 산은 큰 고비이거나 이겨야 할 큰 상대방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큰 일을 앞두고 있다. 이런 큰 사건이 끝나면 무엇이 있을까. 사건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꼭 그 이후가 아니더라도 그전에 벌어질 수도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바뀌게 될까 궁금해진다. 막상 산을 넘어 보면 지금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호기심의 대상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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