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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도심의 자생 민들레”..
신재일 칼럼

“도심의 자생 민들레”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4/21 16:09 수정 2025.04.21 16:09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앞두고 있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라고 한다. 3월말 4월초는 벚꽃의 세상이었다.
아쉽게도 벚꽃은 산불로 인한 사회분위기와 잦은 꽃샘추위 등으로 전성기의 벚꽃을 즐기지 못하고 보내야 했다. 장미는 화려하지만 벚꽃만큼 군락을 이루지 않기 때문에 즐길 수는 없다. 더위가 시작되는 5월이라는 계절의 특성도 있을 것이다.
계절과 꽃을 연결시키는 이유는 꽃의 화려함 때문으로 짐작된다. 꽃의 특징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꽃말도 있다. 꽃과 연결시켜 말을 하면 의미가 풍부해지는 것 같다.
꽃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은 꽃밭과 관련이 있다. 초등학교 때 배운 ‘꽃밭에서’ 라는 동요 때문이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선화도 한창입니다’라는 노랫말로 시작되는데 우리 집의 상황과 비슷했다.
우리집에도 조그만한 꽃밭이 있었다. 누가 심고 가꾸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여기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있었다. 약간 무질서하게 심겨진 꽃들이었지만 정서적으로 친숙했던 것 같다.
이런 꽃들은 이름이 익숙하지만 지금은 잘 볼 수 없다. 채송화, 봉선화, 나팔꽃은 본지 오래된 꽃이다. 심겨진 꽃밭도 잘 볼 수 없다. 아파트 단지에는 잘 가꾸어진 화단들이 있지만 어릴 때 보던 그런 꽃밭은 아니다. 꽃들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 벚꽃이나 장미, 튤립, 목련 같은 꽃들만 계산된 규격에 의한 인공적인 조경으로서 가꿔져 있다.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은 모두 이런 꽃들이다. 그런데 이런 꽃들은 웬지 예전의 순수함이 없는 듯하다. 경쟁력이 없는 다른 꽃들은 퇴출되었다. 선택의 기준은 모르지만 아마도 관리하기 쉽거나 품종개량을 통해 더 화려한 꽃들만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니 우리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외벽의 도로 쪽 구석진 곳에 민들레가 피어 있었다. 모퉁이의 먼지가 쌓인 곳에 홀씨가 앉아서 발아한 것이다. 어쩌면 청소가 안 되어서 일어난 현상일 수도 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먼지들이 아파트 벽에 막혀서 구석에 쌓인 것이다. 이런 곳까지 청소를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누가 심어서 피는 꽃이 아니므로 자연적으로 피어난 것이다. 자생 민들레가 너무 대견스러워 한참동안 관찰하였다. 지금 민들레가 피는 시절인지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보인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피어나는 억센 생존력이 놀랍다. 이런 꽃들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한송이만으로 보면 장미나 벚꽃보다 더 화려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가꾸어진 꽃에 비해 수명도 짧고 관리도 어렵기에 조경으로는 부적합하다. 아파트 화단에 민들레가 심겨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인위적으로 심는 꽃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 민들레처럼 자생적으로 피는 꽃도 반드시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과 함께 다행스러움도 느낀다.
이런 꽃까지 잡초라며 뽑아버리는 행위는 잔인하다. 물론 아무도 민들레는 뽑지는 않았다.
최근 지난 3월말 영남지방에 발생한 산불의 복구 과정에서 임도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다. 임도가 산불방지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장도 갈린다. 수종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특히 소나무는 경제성도 떨어지고 산불에 취약하니까 이번에 복구 조림을 하면서 퇴출시키고 다른 나무로 심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소나무는 누가 심어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내버려 두면 민들레처럼 스스로 씨앗이 퍼져서 심겨지고 자란다. 인위적 노력이 없더라도 소나무 자체는 복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지만 모든 것을 인공적으로 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조림 보다는 자연적으로 심어지는 나무가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아파트 화단처럼 산에도 질서정연하게 심겨진 나무들만 있으면 웬지 서글퍼질 것 같다.
꽃들도 그런 것 같다. 민들레처럼 자연스럽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독교의 성경에도 ‘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마태복음 6장 28~29절) 심겨진 꽃보다 자생 꽃들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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