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협상에 진통을 겪던 일본이 22일(현지 시간) 전격 합의에 이르렀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막바지 협상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일본과의 대규모 합의를 완수했다"며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10%포인트 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과 미국의 무역합의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사정이 상당히 흡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660억달러 대미흑자를 거두면서 미국 무역적자국 8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일본은 685억달러의 대미흑자를 거두면서 7위에 랭크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8월부터 25% 상호관세율을 내야한다는 서한을 나란히 받았다.
두 국가 모두 미국에 상당량의 자동차와 철강을 수출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 품목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도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50%, 자동차와 주요 부품에 25% 관세를 일괄 부과했다. 쌀을 포함한 농산물 시장 개방에 민감하다는 점도 비슷하며, 미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종용하는 것도 한국과 일본이 같다.
주요 대미 투자국인데다가,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라는 점도 양국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이에 양국은 서로의 협상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외교가의 평가였다. 최소한 서로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있었던 셈이다.
한국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이 합의에 이르면서 협상 목표 설정이 한결 용이해졌다.
일본은 상호관세율을 10%포인트 내리고,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는 12.5%로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상호관세와 품목관세 인하를 추진해온 한국은 막연한 목표치에서 벗어나, 최소한 일본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게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관세 인하를 위해 내어준 대가도 우리 입장에서는 협상 카드를 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참고사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따라 일본이 향후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9조825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일본이 알래스카 LNG 관련 합작 법인을 꾸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일본은 자동차, 트럭, 쌀과 특정 농산물 등에 있어 자국을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본보다 늦게 합의에 이른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