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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철강, 멈춰 선 굴뚝…‘버틸 힘’이 관건이다..
정치

포항 철강, 멈춰 선 굴뚝…‘버틸 힘’이 관건이다

김상태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01/11 18:11 수정 2026.01.11 18:20
관세장벽 등 ‘삼중고’…38개 공장 가동 중단
“이젠 철강이 발목…불황 넘어 생존 문제로”

대한민국 철강의 심장으로 불려온 경북 포항이 깊은 위기의 터널에 들어섰다.

구조적 침체, 글로벌 관세 장벽, 부동산·건설 경기 부진이라는 ‘삼중고’가 동시에 몰아치며 철강도시 포항의 산업 기반을 흔들고 있다.

현장의 체감경기는 이미 ‘불황’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포항시에 집적된 철강업체는 265곳, 공장 수만 355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38개 공장은 현재 가동을 멈춘 상태다.

전기요금 급등, 철강 제품 단가 하락, 수요 침체가 겹치며 “돌릴수록 손해”라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중소·중견 철강사는 물론, 대형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포항제2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2000년 인수 이후 25년간 포항 철강 벨트를 지탱해온 핵심 공장이다.

한때 연간 수출액 5000만 달러를 웃돌던 생산기지가 멈췄다는 사실은 포항 철강산업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철강산업이 구조적 침체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한국의 하락폭은 더 크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0.8% 감소했지만, 한국은 4.7%나 줄었다.

2025년 생산량은 6100만 톤 수준으로, 2010년 이후 15년 만의 최저치가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 불황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진단한다.

생산 능력은 유지되는데 내수·수출 수요가 동시에 꺼지며 공급·수요의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직접적 배경에는 중국산 저가 철강의 범람이 있다.

중국 내수 부진으로 쏟아진 물량이 글로벌 시장을 잠식했고, 한국 철강 수출은 2022년 하반기부터 하강 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미국의 50% 고율 관세까지 더해지며 대미 수출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철강업계가 부담한 관세만 4000억 원대에 이른다.

반도체가 수출을 견인한 사이, 철강은 한국 수출 산업의 ‘그늘’로 밀려났다.

포항 철강업을 지탱해온 또 다른 축은 국내 건설 수요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급격히 위축됐다.

건설용 철강재 소비량은 10년째 감소세고, 건축 허가와 착공 물량도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건설용 철강재 비중이 큰 포항 지역 철강업체들에겐 치명적인 악재가 된셈이다.

특히 여야가 공동 추진한 ‘K-스틸법’은 위기 대응의 첫 제도적 시도지만, 현장에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법의 취지가 중장기 산업 전환에 맞춰져 있어, 당장의 유동성 위기와 가동 중단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대한 직접 보조금, 전기요금 인하, 중견 철강사 지원책이 시행령에 반드시 담겨야 한다고 요구한다.

대형사 중심의 고부가·저탄소 전환 전략 속에서, 지역 중견업체들이 탈락할 경우 포항 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 논의보다 ‘버틸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요 회복까지 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강한 의지와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항은 단순한 지방 산업단지가 아니다.

한국 제조업 성장의 역사이자, 여전히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이다. 멈춰 선 굴뚝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 ‘K-스틸법’ 시행령에 담길 정부의 선택이 포항 철강의 미래를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포항 정치권은 철강 위기를 단순한 업황 부진이 아닌 지역 존립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철강이 무너지면 포항 경제 전체가 연쇄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공통적으로 감지된다.

지역 여권 인사는 “포항은 제조업, 그중에서도 철강 의존도가 절대적인 도시”라며 “K-스틸법이 선언적 법률에 그친다면 지역에 남는 것은 실망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행령 단계에서 전기요금 완화, 친환경 설비 전환 보조금 같은 즉각 체감 가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인사는 “철강 위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된 문제인데, 정책 대응은 항상 늦었다”며 “관세 대응 외교, 중국 저가 철강 유입 차단, 국내 수요 창출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포항은 회복이 어렵다”며 정부 대응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포항시와 경북도 차원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가 관계자는 “중앙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 전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의 분위기는 정치권보다 훨씬 냉혹하다.

포항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제는 버티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한 중견 철강업체 대표는 “전기요금, 인건비, 원자재 가격은 모두 올랐는데 철강 단가는 바닥”이라며 “공장을 멈추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선택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라면서 “중견·중소 업체는 투자 여력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포항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통계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철강 경기 둔화는 곧바로 자영업, 상권, 고용으로 번지고 있다.

포항 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회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예전엔 철강회사 단체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며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층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포항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은 “철강 말고는 뚜렷한 산업이 없는데, 그 철강마저 불안하다 보니 미래를 여기서 그리기 어렵다”며 “주변 친구들 상당수가 대구나 수도권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포항이 다시 ‘공업도시’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도 나온다.

은퇴를 앞둔 한 시민은 “철강 덕분에 포항이 성장했지만, 이제는 철강이 포항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든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진짜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산업계, 시민들의 목소리는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로 수렴된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K-스틸법 시행령이 나올 1~2월이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포항 철강산업의 생존 여부를 가를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포항의 위기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경제, 고용, 인구, 그리고 도시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정부의 선택과 실행력, 그리고 포항 정치권이 그 어느 때보다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김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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