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구·경북(TK) 의원들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사실상 전원 합의에 도달하면서, 국회에서 보류됐던 대구경북통합특별법이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간 정치적 셈법 속에 표류하던 통합 논의가 ‘TK 내부 정리’라는 최대 관문을 넘으면서, 2월 임시국회 내 합의 처리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26일 국회에서 TK 지역 의원들을 상대로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 12명은 별도 투표 없이, 지방선거 이전 특별법 처리 요청에 뜻을 모았다.
재선의 권영진(달서구) 의원은 “투표는 하지 않았지만 찬성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전남·광주 통합법과 함께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지도부에 요청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만장일치냐’는 질문에도 그는 “우려를 제기한 의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원이 요청하는 것으로 정리됐다”며 “만장일치로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경북 지역 의원들은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찬성을 결정했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재선의 구자근(구미시) 의원은 “북부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강했지만, 결과적으로 찬성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다만, 법안 내용의 미비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TK 의원들 사이에서는 ‘완벽한 법안보다 출발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재선의 이인선(수성구) 대구시당위원장은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다 담아 똑같이 갈 수는 없다”며 “통과 이후 점차 보완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추경호(달서구) 의원도 “지도부가 조속히 여당과 협상을 재개해 TK 행정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반드시 2월 임시회 통과를 관철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내부 정리 여부를 대구경북통합특별법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국민의힘 내부 정리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이 처리하는 것으로 결정하면 전남·광주 통합법, 지방자치법 필리버스터 등도 합의 처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민주당이 공을 국민의힘에 넘긴 상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TK 의원들의 사실상 합의는 여야 협상의 명분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경북 북부권 반발은 여전히 잠재적 변수다.
안동 출신 김형동 의원은 “국회의원들끼리 투표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당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것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북부권 지역구인 박형수, 임종득 의원도 투표 방식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인구와 산업 기반이 취약한 경북 북부가 통합 이후 더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대구와 경북 남부 의원들은 “기명 투표를 통해서라도 결론을 내자”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원내 리더십 부재에 대한 불만도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쟁으로 통합특별시 출범을 멈출 시간이 없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마지막까지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 수장까지 나서면서 통합 드라이브는 다시 속도를 낼 조짐이다.
여하튼, 대구경북통합특별법은 세 갈래 경로 중 첫 번째 가능성이 가장 커졌다는 평가다.
우선 2월 임시국회 내 합의 처리다.
TK 의원들의 사실상 전원 찬성으로 민주당이 명분을 확보한 만큼, 전남·광주 통합법과 연계한 패키지 합의 처리 가능성이 열렸다.
두 번째는 법사위 재논의 후 수정안 상정이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명문화, 경북 북부 보완 장치 등을 추가해 ‘속도+보완’ 절충안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선거 이후로 이월이다.
여야 지도부가 선거 부담을 이유로 결단을 미룰 경우, 논의가 선거 이후로 넘어갈 여지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TK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에 놓치면 통합 논의는 다시 수년간 표류할 수 있다”며 “이제는 찬반 논쟁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의 문제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결국, 국회 문턱에서 멈춰 섰던 대구경북통합특별법이 TK의 내부 정리가 끝난 지금, 공은 다시 국회와 여야 지도부로 넘어갔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