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연차휴가를 시간 단위로 나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시민사회에서 “환영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 왜곡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연차휴가를 시간 단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난임치료 유급휴가 확대(2일→4일)와 직장 내 성희롱 처벌 대상 확대도 포함됐다.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노동자 일상에 직접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포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병원 진료나 자녀 돌봄 등으로 반차조차 부담스러운 직장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연차 사용의 유연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노동권 단체들은 특히 사용자 중심 운영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업주가 연차를 잘게 쪼개 쓰도록 유도할 경우, 오히려 노동자가 충분히 쉬지 못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간 단위 사용은 어디까지나 노동자 선택에 맡겨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제도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여전히 연차 사용 자체가 눈치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 단위 사용이 ‘눈치 휴가’로 변질되지 않도록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임치료 유급휴가 확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지역 여성단체 관계자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유급휴가 확대는 저출생 대응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직장 내 성희롱 처벌 대상이 사업주 친족까지 확대된 점 역시 사각지대를 줄이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신고 이후 피해자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지역 시민사회는 향후 대통령령으로 마련될 세부 시행 기준이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한 시민사회 관계자는 “법 통과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노동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노동자의 자율성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