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쪼개 논 포항 선거구…“유권자도 후보도 모른다”..
정치

쪼개 논 포항 선거구…“유권자도 후보도 모른다”

김상태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04/28 18:58 수정 2026.04.28 18:59
3인 선거구 줄고 2인 선거구 확대…정치권·민심 후폭풍
지방선거 한 달 앞두고 확정 “정치적 다양성 말살 행위”

경북도의회가 시·군의회 의원 정수와 일부 기초의원 선거구를 조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포항 지역 정가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선거구가 뒤늦게 확정된 데다, 포항 지역 다수 선거구가 ‘3인 선거구’에서 ‘2인 선거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정치적 다양성 훼손과 특정 정당 유불리 논란이 동시에 폭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득권 의석 나눠먹기”, “게리맨더링의 전형”, “깜깜이 선거 자초”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경북도의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경북 시·군의회의원 선거구 및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직선거법 개정과 인구 변화 등을 반영해 기초의원 정수와 선거구를 조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경북 도내 기초의원 정수는 비례대표 36명을 포함해 기존 281명에서 284명으로 3명 늘었다.

경산과 경주는 광역의원 선거구 조정에 따라 기초의원 선거구가 각각 1곳씩 증가했고 시의원도 각 1명씩 늘었다.

칠곡 역시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의원 정수가 1명 추가됐다.

하지만 관심은 숫자 증가보다 경북 제1도시 포항을 비롯한 영천 등 일부 지역의 선거구 재편 방식에 집중됐다.

특히 포항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기존 가·나·다·라·사·아 선거구의 의원 정수를 각각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대신, 카·타 선거구를 신설해 각각 3명씩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체 구조가 바뀌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인구 6만 명을 돌파한 흥해읍이 사실상 분구됐다.

흥해읍 기존 농어촌 지역과 「신광면·청하면·송라면·기계면·죽장면·기북면」은 ‘가 선거구’로 묶여 2명을 선출한다.

「초곡리·이인리·학천리·성곡리·대련리」 등 인구가 급증한 신도심권은 별도 ‘나 선거구’로 편성돼 역시 2명을 선출하게 됐다.

기존 「용흥동·우창동」에서 3명을 뽑던 ‘다 선거구’는 「양학동·용흥동」으로 재편돼 2명을 선출하고, 「중앙동·죽도동」을 묶은 ‘라 선거구’ 역시 2인 선거구가 됐다.

「두호동·양덕동·환여동」은 ‘마 선거구’로 3명을 선출한다.

「장성동」은 ‘바 선거구’, 「우창동」은 ‘사 선거구’로 각각 분리돼 모두 2인 선거구가 됐다.

「구룡포읍·동해면·장기면·호미곶면」은 ‘아 선거구’로 2명을 선출한다.

반면 「해도동·송도동·제철동·청림동」이 포함된 ‘자 선거구’, 「연일읍·대송면·상대동」의 ‘차 선거구’, 「오천읍」 ‘카 선거구’, 「효곡동·대이동」 ‘타 선거구’ 등은 3인 선거구를 유지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포항시의원 33명을 뽑는 구조에서 기존 7곳이던 3인 선거구는 5곳으로 줄었고, 그 자리를 2인 선거구가 메우는 형태가 됐다.

그러자 여권과 일부 야권,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핵심 쟁점은 ‘2인 선거구 확대’다.

2인 선거구는 통상 거대 양당 또는 지역 지배 정당 후보가 의석을 나눠 갖기 쉬운 구조여서, 군소정당·청년 정치인·신인 후보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전주형 시의원은 “2인 선거구 확대는 특정 세력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게리맨더링”이라며 “3인 이상 선거구는 시민의 선택권을 넓히는 공정한 선거제도의 원칙”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경북 광역·기초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2인 선거구’에만 몰두한 획정안은 민의 왜곡이며 정치적 다양성을 말살하는 폭거”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헌적 형태를 고발하고 도민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유불리에 따라 지도를 그리는 게리맨더링의 전형”이라고 비판했고, 진보당 역시 “기득권 세력이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가세했다.

반면 경북도의회와 국민의힘은 정치적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김일수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며 “지역민을 위해 인구 비율이라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흥해읍 인구 급증, 일부 지역 인구 감소, 도농 복합지역 간 편차 확대 등 행정 현실을 반영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선거구를 손보는 것 자체는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조정의 방향과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선거구 개편 논란이 더 커진 배경에는 ‘늑장 확정’ 문제가 있다.

국회의 공직선거법 개정 지연으로 선거구 확정이 4월 말까지 밀리면서, 유권자들은 선거를 불과 30여 일 앞두고서야 자신이 어느 선거구에 속하는지 확인하게 됐다.

예비후보들은 명함과 홍보물 제작, 선거운동 동선, 조직 정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고, 신인 후보일수록 타격이 컸다는 평가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인지도와 조직력을 이미 갖춘 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형성됐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지역 정가에서는 “현역에게만 유리한 선거판이 됐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무시한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포항에서는 지난 8회 지방선거 당시 장량동이 양덕동과 장성동으로 쪼개지면서 행정 혼란과 주민 갈등이 적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은 생활권과 공동체 정체성을 무시한 기계적 선거구 조정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동 단위 생활권이 촘촘히 연결된 도심 지역에서는 “같은 아파트 단지 옆 동네인데 선거구가 갈라졌다”, “행정구역과 정치구역이 따로 논다”는 불만도 나온다.

포항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때문에 이번 선거구 개편이 실제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2인 선거구 확대가 국민의힘 내부 경쟁을 강화하는 동시에 결과적으로는 다수 의석 유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분구된 지역에서 무소속 돌풍이나 야권 단일화 변수가 생길 경우 기존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결국 선거구 조정이 ‘국민의힘 유리’로 귀결될지, 아니면 ‘반발 민심’으로 역풍을 맞을지는 후보 공천 과정과 지역 여론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선거구 기술 조정 차원을 넘어 지방자치의 본질을 묻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선거구는 단순한 선을 긋는 작업이 아니라 주민 대표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설계이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다양성을 보장할 것인지, 안정성을 택할 것인지, 생활권을 우선할 것인지, 정당 구조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숫자 맞추기에만 매달리면 매번 같은 갈등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여하튼 포항 선거구 개편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후보 등록과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각 진영은 이번 획정을 둘러싼 책임 공방을 더욱 거세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조정이 민심의 심판 대상이 될지, 단순한 정치권 논란으로 그칠지 포항 유권자들의 선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상태 기자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