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고용불안정성과 노동가치를 반영한 보상을 위해 계약기간별로 8.5~10% 수준의 공정수당을 지급하고, 퇴직금 회피 목적의 쪼개기 계약을 막기 위해 1년 미만 계약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직접 적용 대상은 공공기관이지만, 노동계와 산업계는 이 제도가 향후 민간기업에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공공부문 성과를 민간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기업과 지방 산업단지의 고용관행 개선 요구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포항은 철강산업을 축으로 수백 개 협력사와 설비정비·물류·환경·안전 분야 외주업체가 밀집한 도시다.
POSCO 본체뿐 아니라 제철소 생태계 전반에서 기간제·도급·단기계약 인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은 상징성이 크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세 가지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첫째, 단기계약 관행 축소 압박이다.
공공부문에서 364일 계약, 반복 재계약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민간기업도 유사 관행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둘째, 동일가치노동 동일보수 논의 확대다.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을 생활임금 평균 수준(최저임금의 118%)까지 맞추겠다는 정부 방향은 제조업 현장의 하청·협력사 임금체계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복지 격차 개선 요구 증대다.
식대,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복지 격차가 공론화되면서 포항 지역 기업들도 처우개선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POSCO는 최근 ESG 경영, 안전경영, 상생협력 강화 기조를 강조해왔다.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 변화에 맞춰 협력사 근로환경 개선, 상생형 임금체계, 안전·복지 지원 확대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철강시장에서는 단순 생산성뿐 아니라 노동권, 공급망 인권, 지속가능경영 평가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기업 경쟁력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 부담이 현실적인 과제다.
철강 경기 둔화와 원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협력업체들은 임금·복지 확대에 부담을 호소할 수 있다.
반면 노동자 소득이 늘면 지역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 포항 자영업·상권에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지역경제 전문가들은 “산업도시일수록 노동자 임금 수준이 곧 지역 내수와 직결된다”고 평가한다.
이번 조치는 포항 철강산업뿐 아니라 구미 전자산업, 경주 자동차부품, 경산 제조업 등 경북 전역 산업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비정규직 처우개선 흐름이 지방 산업현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서다.
포항 산업계는 이제 ‘값싼 유연인력’ 중심 고용전략에서 ‘숙련·안정 고용’ 중심 체질개선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공정수당 도입은 단순한 공공정책이 아니라, 포항 제철도시 경쟁력의 미래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