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요구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잇따라 강도 높은 개혁 입법을 추진하면서 선관위를 둘러싼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선거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선관위 조직 전반에 대한 '대수술' 요구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선관위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선관위는 1960년 3·15 부정선거의 반성적 교훈을 바탕으로 독립 헌법기관으로 설치돼 감사원의 일반적인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외부 통제 장치가 사실상 부재한 구조가 오히려 조직의 기강 해이와 관리 부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현직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고, 선관위원 9명 중 대부분이 비상임 체제로 운영되는 구조도 문제로 꼽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상근하지 않다 보니 조직 운영에 책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위원장 상근제 도입과 상임위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선관위 개혁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구미 출신 초선의 강명구 의원은 시·도 선관위까지 국회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시·군·구 및 읍·면·동 선관위를 정비하고 시·도 선관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같은 당 조은희 의원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의무화해 외부 검증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원내에 입성한 한동훈 의원도 선관위 개혁 드라이브에 가세했다.
한 의원은 선관위원장을 현행 대법관 겸직 비상임직에서 상임·책임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는 감사원법 개정안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별도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선관위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영배 의원은 선관위원장 추천 절차의 투명화와 감사원 감사 제도 정비, 지방선관위 운영체계 개선 등을 담은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외부 인사가 다수 참여하는 감사위원회를 선관위 내부에 설치하는 내용의 선관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위성곤 제주지사 당선인 역시 의원 시절 선관위원장 상근제 도입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독립성과 책임성 사이의 균형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TK를 비롯한 전국 유권자들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정조사와 입법 논의 결과에 따라 선관위 조직 개편의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