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군구 공무원들 사이에서 현행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사무를 직접 담당하는 공무원 10명 가운데 9명이 현재와 같은 제도가 유지될 경우 선거사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응답하면서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대수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25일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조합원 4천3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현재 선거사무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선거사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최근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관리 부실 논란 등이 현장 공무원들의 피로감과 불신을 크게 증폭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선거사무 참여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업무 부담(21%)이었다.
이어 사고 발생 시 책임 부담(17%), 투표 당일 선관위 직원의 무책임한 대응(15%), 낮은 선거사무 수당(14%), 선관위에 대한 신뢰 저하(1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공무원들은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책임은 현장 인력에게 집중되는 반면 권한과 지원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제도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감도 일부 나타났다.
이조사에서 "상황이 개선되면 선거사무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49%가 참여 의향을 보인 반면, 51%는 개선 이후에도 참여 의사가 없다고 답해 불신의 골이 상당히 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거사무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방안에 대해서도 현장 공무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응답자의 87%가 지자체 이관에 반대한다고 답해 단순한 업무 이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이 우세했다.
박민식 전국시군구공무원노조연맹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전달하며 "단순한 불만이나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현행 선거사무 운영 방식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제도 개선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선거제도 개혁 TF 위원인 박상혁 의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은 만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개혁 초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송기헌 TF 위원장 역시 "선관위법 개정을 통해 즉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은 신속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여야 협력을 통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단순한 직무 만족도 문제가 아니라 선거관리 체계 전반의 신뢰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제 선거를 수행하는 현장 공무원들마저 등을 돌릴 경우 향후 선거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의 공정성과 안정성은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헌신 위에서 유지된다"며 "업무 부담 완화와 책임 구조 개선, 선관위와 지자체 간 역할 재정립을 포함한 종합적인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단순히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넘어 선거 현장을 지탱하는 공무원들의 신뢰 회복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관리 시스템 개편 논의가 향후 정치권의 핵심 개혁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