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시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 문제를 둘러싼 여야 충돌로 시작부터 파행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일반 증인으로 채택한 만큼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 등 현안에 대해 직접 답변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그동안의 국감 관례를 무시하고 대법원장을 붙잡아 두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맞섰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국감에 출석해 기관장 인사말을 했지만 증인 선서는 하지 않았다.
대법관 후보 제청권 행사와 관련한 증언을 요구받은 데 대해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에 반한다는 이유로 일반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통상 대법원장은 인사말 이후 이석하고 법원행정처장이 국감 질의에 답변해왔지만,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서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선서를 거부한 데 대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속 조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도 “조 대법원장은 선서 의무가 있고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할 의무가 있다”며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 문제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트북에 ‘사법 파괴 중단하라’는 손팻말을 붙이고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대법원장은 수십 년 동안 인사말을 하고 이석했다”며 “이는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기 위한 관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장을 강제로 앉혀 놓는 것은 다수의 힘으로 체포하고 감금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박 의원은 대법관 후보 재제청 논란을 겨냥해 “대법관 임명이 안 되는 이유가 청와대에서 재제청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면 이재명 대통령이 국감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는 “나오면 이재명도 나와야 한다”, “독재정권 물러나라”, “입법 독재” 등의 항의가 이어졌고, 서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한 발언을 두고 “무례하고 오만하다”, “발언들이 폭력적”이라고 맞받았다.
국감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설전이 반복되면서 국정감사 첫날부터 정쟁 국감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논란은 조 대법원장의 직접 답변이 시작되면서 더욱 격화됐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조 대법원장에게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며 “법복을 입고 정치하는 것 아니냐고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질의하자, 조 대법원장은 침묵하다 마이크 앞으로 나와 “그런 말씀은 너무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막말까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은 손 의원을 향해 “수준하고는. 네가 인간이 되세요”라고 말했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을 향해서도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서 위원장은 김 의원의 발언권을 정지했고, 박형수·곽규택 의원 등이 위원장에게 항의하면서 여야 간 설전이 이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감사원 정기감사에서 드러난 대법관 격려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도 서 위원장의 질의에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국가의 월급이나 격려금을 대법원장이 지출하는 게 아니다”며 “지출관이 따로 있어서 그 사람이 지출하는 것이지 대법원장이 거기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등 보수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감을 두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사법부 수장을 국회에 붙잡아 두고 직접 답변을 강요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흔드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대법원장의 이석을 둘러싼 기존 관례를 무시하고 일반증인 지위를 앞세워 대법원장에게 직접적인 정치적 책임을 묻는 방식이 사법부를 입법부의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와 사법부 운영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장이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국정감사 첫날부터 대법원장 이석과 증인 선서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올해 법사위 국감 역시 정책과 민생 현안에 대한 검증보다는 정쟁과 고성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조 대법원장의 이석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당시 조 대법원장 역시 일반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인사말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 이석했고, 증인 선서와 의원들의 질의에는 응하지 않았다.
올해는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다시 채택하면서 사법부 독립과 국회의 국정감사 권한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