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수 증가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중장기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재래시장 지원 등 민생 현장에 대한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기금의 용도와 정부 재량권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미래대응기금’을 어떤 기준으로 모아, 어디에, 누가 결정해 쓸 것인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쟁점과 입법과제’ 보고서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짚었다.
보고서가 제시한 첫 번째 문제는 재원 산정의 투명성이다.
추가세수와 초과세수를 어떻게 산정했는지, 어떤 자료와 가정을 적용했는지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면 국회와 국민은 미래대응기금으로 넘어가는 재원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세입 추계의 오차가 커질수록 국회의 사전 ‘심의·의결’ 없이 기금으로 전입되는 재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재정당국이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유인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기금의 용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서로 성격이 다른 4개 분야의 지출을 ‘미래대응투자’라는 큰 틀에 묶고 있다. 물론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명분이 넓어질수록 사용처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래대응’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다양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최근 이 대통령이 재래시장 지원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지원은 분명 중요한 민생정책이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게 정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과 미래대응기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책의 필요성과 재정 운용의 절차는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국회의 재정통제권이다.
미래대응기금에 금융성 기금에 적용되는 폭넓은 기금운용계획 변경 범위를 적용할 경우, 정부가 사업 과정에서 새로운 재정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국회의 사전 심사와 감독 기능은 약화 될 수 있다.
재정은 정부의 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이다.
정부가 신속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는 영역도 있지만, 그 신속성이 국회의 ‘심의·의결’을 우회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초과 세수를 기금으로 넘기거나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금의 여유자금을 일반회계로 돌리는 문제를 예산총계주의의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입법조사처는 초과 세수 활용이나 세수 결손 보전이 국회의 사전 심의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급한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예산총계주의의 예외가 확대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간단하다.
미래대응기금이 필요하다면 국회의 통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
추가세수와 초과세수의 산정 결과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산출 방법과 주요 가정, 변경 내역, 활용 데이터까지 공개해야 한다. 국민과 국회가 기금으로 들어가는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각 부처가 수행해야 할 사업과 미래대응기금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제안한 것처럼 미래대응기금을 계정성 기금에 가깝게 운용해 재정당국은 필요한 재원을 배분하고, 실제 사업은 각 소관 부처가 책임지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나 전통시장 지원처럼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정부가 좋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국회의 심의권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규모가 커질수록 국회의 검증과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이 정권의 필요에 따라 용도가 바뀌는 ‘만능 곳간’이 돼서는 안 된다.
초과세수가 발생했다고 해서 정부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재정주머니가 되어서도 안 된다.
‘미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모든 지출이 미래를 위한 것은 더욱 아니다.
재래시장 지원이든 산업 투자든 지역경제 활성화든 필요한 사업이라면 정당한 예산 절차를 거쳐 추진하면 된다.
그것이 오히려 정책의 정당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미래대응기금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돈을 확보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얼마나 투명하게 확보하고, 얼마나 엄격하게 통제하며, 얼마나 효율적으로 국민에게 돌려주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분이 현재의 재정 원칙을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미래세대에 물려줄 것은 거대한 기금만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 투명하고 책임 있게 쓰인다는 믿음이어야 한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