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경찰의 검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체 추심’ 등 악질적인 불법추심에 이어 상품권 예약판매를 가장한 신종 사채까지 등장하면서 범죄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7일 보고서를 통해 불법사금융 범죄에 대한 단순 단속을 넘어 위장수사 도입과 전담조직·예산 확충, 법령 개선, 양형기준 개정 등 전방위적인 국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4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찰 특별단속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개정 대부업법 시행 전후로 불법사금융 범죄의 발생건수와 검거건수는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검거율은 일부 하락해 범죄 증가 속도를 수사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불법사금융은 갈수록 ‘조직형·비대면·지능형 범죄’로 변하고 있다.
보안 메신저와 SNS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끌어들이고, 협박과 개인정보 유포 등을 동원한 불법추심까지 서슴지 않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상품권 예약판매를 가장해 돈을 빌려준 뒤 고율의 이자를 상품권으로 갚도록 하는 변종 사채까지 등장했다.
입법조사처는 특히 경찰의 위장수사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불법사금융 조직의 내부 제보와 수사협조를 통한 검거 사례가 상당수 있는 만큼 잠입·위장수사를 활용하면 조직의 실체와 범죄 수익 흐름을 파악하는 데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와 범죄 검거 사이의 균형도 과제로 떠올랐다.
입법조사처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약화해서는 안 되지만, 보안 메신저와 SNS 등 범죄수단의 변화와 함께 피해자 보호조치가 수사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살펴 검거율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이 발급하는 반사회적 대부계약 무효확인서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피해자들이 소송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올해 3월부터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부터 초동조치와 구제까지 지원하는 원스톱 지원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일에는 상담 단계에서 즉시 수사 의뢰가 가능하도록 지원체계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처벌 역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대부업법의 법정형이 높아졌지만 대부업법과 채권추심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 설정 범위는 그대로라며 양형기준 개정을 주문했다.
불법사금융이 단순 생계형 범죄가 아니라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범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경찰의 전담 조직과 인력·예산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과 공소청 전환 등 형사사법체계가 크게 바뀌는 상황에서도 불법사금융 수사 역량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은 ‘단속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다.
범죄 수익 차단에서 피해자 보호, 위장수사, 전담인력 확충, 법률 개정, 양형기준 정비까지 국가 수사·사법 시스템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 역시 불법사금융을 단순 금융범죄가 아닌 민생범죄로 규정하고 범정부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신종 수법이 정책과 단속망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사후 단속’에서 ‘범죄 생태계 자체를 차단하는 선제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