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드라마 tvN ‘시그널’(제작 에이스토리)과 한·중을 들었다 놨다하고 있는 KBS 2TV ‘태양의 후예’(제작 NEW)가 닮았다.
두 작품 모두 SBS TV에서 편성을 퇴짜 맞고 대박을 터뜨렸다. ‘시그널’의 김은희(44)와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43) 작가는 절친한 사이이며, 동명이인인 ‘미생’의 김원석 PD, ‘여왕의 교실’의 김원석 작가와 작업했다.
김은숙 작가는 2003년 주말드라마 ‘태양의 남쪽’을 시작으로 ‘파리의 연인’(2004), ‘프라하의 연인’(2005), ‘연인’(2006~2007), ‘온에어’(2008), ‘시티홀’(2009), ‘시크릿가든’(2010~2011), ‘신사의 품격’(2012), ‘상속자들’(2013) 등 히트 퍼레이드를 펼쳤다. ‘시크릿 가든’은 35.24%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신사의 품격’ 24.4%, ‘상속자들’은 25.6%에 이르렀다.
김은희 작가는 김은숙 작가에 비하면 작품수가 적지만 장르물 불모지인 안방극장에 한국형 범죄 수사극을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싸인’(2011), ‘유령’(2012), ‘쓰리데이즈’(2014)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시청률은 ‘싸인’이 25.5%, ‘유령’ 15.4%로 나왔다.
김은숙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김은희 작가는 남성 취향의 장르물이 장기이지만 서로의 드라마가 방송되면 첫 회를 함께 볼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두 작가 모두 SBS와 파트너 관계를 맺어왔다. 김은숙 작가가 쓴 9개 작품 모두 SBS에서 방송됐다. 김은희 작가가 쓴 세 작품도 SBS가 방송, 화제를 모았다.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 측이 SBS에 편성 타진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SBS가 숙고 끝에 거절하면서 ‘태양의 후예’는 KBS 2TV, ‘시그널’은 tvN에서 방송됐다
KBS 관계자는 “히트작을 써온 김은숙 작가와 작업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며 ‘태양의 후예’를 덥썩 잡은 이유를 밝혔다. KBS 측은 이 드라마에 4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을 갖는 방식이어서 향후 큰 수익을 챙길 전망이다.
SBS가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 편성을 거절하고 선택한 작품은 ‘용팔이’와 ‘리멤버-아들의 전쟁’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의 후예’만큼 히트작은 아니지만 두 작품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김은희 작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무려 9작품이나 같이 한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 관계자는 “사람의 중요성을 놓친 게 아닌지, 조건만 보고 판단한 게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그널’은 지상파보다 표현의 폭이 넓은 케이블에 더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결과적으로 잘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건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은숙 작가가 SBS에 서운함이 컸을 것이다. 최근작인 ‘상속자들’이 경쟁작 ‘비밀’에 몇 번 진 적이 있지만, 지난 13년간 얼마나 많은 히트작을 SBS에 선사했는가. 사람의 중요성을 놓쳤다고 본다.”
두 작가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동명이인의 PD, 작가와 첫 호흡을 거둬 좋은 성과를 낸 것도 공통점이다. 김은희 작가는 ‘미생’의 김원석 PD와 첫 호흡을 맞췄다. 김은숙 작가는 김원석 작가와 협업했다.
드라마업계 관계자는 “김은희 작가의 대본이 좋았지만 김원석 PD의 섬세한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확실히 더 좋아졌다. 영화가 누가 연출하는지가 중요하듯 이 드라마도 그랬다”고 짚었다.
‘태양의 후예’는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가 원작이다. 7~8명의 의사가 주인공이고 로맨스 없이 인물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미국드라마 풍이었다. 김은숙 작가는 장기인 로맨틱 코미디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차에 서우식 전 바른손 대표의 제의로 이 극본의 모니터링을 하게 됐다.
“원작도 재미있었지만 김은숙 작가가 손대면서 대중적 재미가 커졌다. 김은숙 작가의 대사발은 정말 끝내준다. 두 작가가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커졌다”고 드라마계 관계자는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