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절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가기간시설이란 이유로 자체 대응매뉴얼에 따라 인명사고마저 임의적으로 처리해 ‘포항제철소는 치외법권지대’란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어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오전 5시10분께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가스배관 밸브교체작업을 하던 중 가스가 누출되면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근로자 이모(53)씨 등 5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1명은 다리 골절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나머지 4명은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하지만 포항제철소는 이 사고로 5명이 다쳤으나 사고 당시 포항남부소방서는 물론 포항남부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았다.
포스코측은 “공장내부에서 발생한 사고로 자체 소방대를 통해 화재를 진화하고 부상자를 치료했다”며 “나중에 출동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포스코는 지난 7일에도 포항제철소 3고로에 쇳물이 흘러나와 화재가 발생했으나 포항남부소방서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16일 오후 8시30분께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포스코건설 하도급 업체 직원 A(53)씨와 B(34)씨 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플랜트산소설비(높이 66m) 내 60m 부분에 설치된 콜드박스 내부를 점검하다 질소가스 등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 사고 당시에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현장을 보전해야 한다는 조항을 무시하고 시신을 자체 수습한 뒤 현장상황으로 시신수습이 불가피했다고 경찰에 해명했다.
같은 날 오후 2시30분께에도 포항제철소 내 포스코켐텍 석회소성공장에서 난간 안전지대 확장을 위한 용접작업을 하던 포스코켐텍 하도급 업체 직원 C(47)씨가 6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으나 시신을 수습한 뒤에야 경찰에 사고사실을 통보했다.
포스코에서는 지난해 7월에도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거센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공장 부근 건물과 주택 유리창이 깨지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며 지난해 3월22일에는 포스코 파이넥스 1공장 내 용융로(용해로)에서 폭발사고와 함께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다쳤다.
지난 2011년 4월과 2010년 8월, 2009년 1월에도 파이넥스 2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근 포스코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국가기간시설이자 산업현장이라는 이유로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자체 처리하고 불가피할 경우 경찰에 사후 신고하는 요식행위에 나서고 있어 ‘포항제철소는 치외법권지대’란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를 통해 사건사고를 은폐 및 축소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인근 죽도동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인근에 있는 포항제철소에서 잊을만 하면 폭발사고에다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정말 불안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안전관리업체 관계자는 “포스코는 국가기간시설로서 정부의 안전점검 및 근로감독에서도 한발 물러나 있어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며 “이에 국가적차원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법적 제도적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