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일부 민감한 현안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박 원내대표의 의견이나 제안을 바로 맞받아치면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 원내대표가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의 개헌 추진 주장에 "대통령 임기 말에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우 원내대표는 "차기 대권 후보들이 이 나라의 권력 체제나 국정 운영 방식에 관한 고민을 하면서 제기할 문제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에 개헌이 되겠냐"며 "개헌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지는 않으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안 된 마당에 그 대안으로 개헌을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박 원내대표의 제안을 묵살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전날 한국정치학회·경기도 주최 '20대 국회, 협치 가능한가' 학술대회에 참석,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제창 불발에 반발하며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다음날 우 원내대표가 공개 반대한 것이다.
이를 두고 개헌이란 큰 이슈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표출된 것으로 치부할 수는 있지만 두 사람이 야권의 원내대표란 점에서보면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바로 다음날 부정한 것과, 굳이 원내대표가 나서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 점 등이 그렇다.
적어도 야권 공조를 염두에 뒀다면 우 원내대표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거나, 대변인 등 다른 당직자들을 통해 의견을 개진했어도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둘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은 첫 만남에서부터 나타났다. 9일 상견례에서 우 원내대표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꽃 피는 데 두 야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며 손을 내밀자, 박 원내대표는 “제1당에서 베풀어야지 작은 당한테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은근히 양보를 주문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종이에 글을 적어와 읽어내려가며 주문사항을 쏟아냈다. 상대적으로 제2야당 원내대표가 더 많은 시간을 가져간 것이다.
이어 전날에는 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결정이 더민주를 제치고 국민의당으로 먼저 통보됐다. 우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여간 기분 상할 일이 아니다.
물론 정치권에서는 "이제 야권 공조가 시작 단계이기에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신경전이나 견제로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