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주거생활은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이다. 전통가옥은 열린 공간이다.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사는 생활공간이다. 혼례, 상례, 잔치 등을 치루는 사회적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마을공동체 단위로 생활했기 때문에 대청은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이다. 마당은 마당대로 큰일을 치루는 공간으로 쓰였다. 우리의 전통가옥은 ‘개방적인’ 공간구조를 지닌다. 전통가옥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여, 삶에 중심을 둔 주거공간이다. 집의 구조에서부터 건축 재료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위 같은 열린 공간을 살펴본다는 것은 정체성(正體性) 찾기이다. 인문적인 자기성찰(自己省察)로써 반성(反省)의 좋은 계기가 된다. 지친 현대인들에겐 삶을 치유(治癒)해 준다. 포항시가 ‘건축마당’이라는 행사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통건축 답사를 통해 인문학을 배운다’라는 주제로 현장답사를 개설했다. 포항시 건축공무원 가족 9명, 포항지역 건축사회 회원 가족 23명 등 32명이 참가했다. 이날 답사에는 건축팀장 박상구 박사가 ‘경주 함월산 기림사-용연폭포-함월산 골굴사-동강서원’을 대상으로 7시간 동안 답사를 진행했다. 전통건축과 문화재 등에 관련된 설명과 질문 등을 통해 현장학습을 가졌다.
기림사는 신라 시대의 절이다. 16동의 건물로 불국사 다음 가는 규모다. 처음엔 임정사라 불리다가 원효(元曉)가 도량을 확장하면서 기림사로 개칭했다. 동강서원은 경북도 기념문화재 제114호이다. 1695년(숙종 21)에 지방유림인 손중돈(孫仲暾)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다. 흥선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68년(고종 5)에 훼철(毁撤)되었다. 훼철 직후인 1870년에 설단(設壇)하여 단향(壇享)으로 향사를 지냈다. 1925년에 활원재(活源齋), 1960년에 묘우(廟宇)·강당 등을 복원했다. 위와 같은 전통 건축물을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둘러본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인들은 과거에 역사에 묻혔던 것은 다시 끄집어내어, 재해석하는 것과 같다.
이날 강좌에 참여한 포항지역 건축사회 이종형 회장은 학교에서 배었으나, 일상에 떠밀린 전통건축을 박상구 박사의 재능기부를 통한 답사로 학습하면서 사고의 전환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사고의 전환’이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보면, 그날이 그날이다. 이 같은 ‘그날에서 사고의 전환’은 당대가 추구하는 창조이다. 창조경제의 구현이다. 이날 참석자는 불과 32명에 그쳤다. 포항시의 건축마당의 행사를 보다 홍보하여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인문적인 성찰과 자기반성으로써 미래까지의 삶의 질을 높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