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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황순원 제자 9명이 쓴 '소나기' 뒷이야기..
사회

황순원 제자 9명이 쓴 '소나기' 뒷이야기

뉴시스 기자 입력 2016/06/09 15:59 수정 2016.06.09 15:59
 



'얄밉도록 맹랑한 데가 있다'라는 뜻인 '잔망스럽다'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 작가 황순원(1915~2000)의 소설 '소나기'의 명문장이다.

황순원에게 직접 문학을 배운 제자들과 그 제자들에게서 문학을 익힌 제자들이 '소나기'를 위해 한데 모였다.

1963년에 등단한 전상국을 시작으로 2013년 등단한 조수경까지. 데뷔 연차로 무려 50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작가들이다.

이들 아홉 작가가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통해 '소나기'의 뒷 이야기를 썼다.

'소나기'는 여간 잔망스럽지 않은 소녀를 찾아가는 여정이자 그런 소녀를 마음에 품은 소년의 성장담이다. 특히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서정성을 빼놓을 수 없다.

후배 작가들 역시 서정성 짙은 그림을 덧댄다. 소녀의 죽음에서 가까운 시간대를 운용하는 작품의 순서로 아홉 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구병모의 '헤살', 손보미의 '축복', 전상국의 '가을하다', 서하진의 '다시 소나기', 김형경의 '농담', 이혜경의 '지워지지 않는 그 황토물', 노희준의 '잊을 수 없는', 조수경의 '귀향', 박덕규의 '사람의 별'이 그것이다.

하나의 작품에서 파생된 아홉 개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빛을 발산한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것은 매한가지다. '소나기'가 가진 '동심의 순수한 힘'이 새삼 놀랍다.

동심의 물결을 흔드는 소재 중 하나는 조약돌이다. '소나기'에서 소년은 개울가 징검다리에서 윤초시네 증손녀 딸을 만난다.

팔과 목덜미가 마냥 흰, 서울에서 온 소녀는 비켜달라는 말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소년에게 "이 바보"라 외치며 조약돌을 던진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고, 소녀를 생각하며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우리가 지금 주무르는 조약돌은 무엇일까. 황순원문학촌 소나기 마을 엮음, 192쪽, 1만2000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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