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을 연기할 때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보다, 그 배역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실패했다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권위적이었던 아버지가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갈망하게 되죠. 이중성, 고발성이 있는 작품이에요. (영화 '장수상회'에 이어) 치매 연기를 하게 됐는데 그의 내면에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상황들이 표현됩니다. 배우의 연기 폭을 넓혀주는데 굉장히 좋은 작품입니다."(박근형)
"안느는 평생 가족을 위해 애써온 것이 희생이 아니라 즐거움이었어요. 그런데 남편과 아들에게 여자가 생긴 뒤 혼자라고 생각하게 되죠. 잘해줄 상대가 없어 행복할 거리가 없는 거죠. 빈둥지증후군에 걸린 거예요. 어떻게든 남편과 아들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있죠."(윤소정)
배우 박근형(76)이 연극 '아버지'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 '앙드레', 윤소정(72)이 '어머니'에서 빈둥지 증후군을 앓는 어머니 '안느'를 연기한다.
두 사람은 27일 오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아버지'·'어머니' 제작발표회에서 자신들이 맡은 배역에 대해 "눈물이 날 정도 공감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형은 "대본에서 치매라는 것 때문에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윤소정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애들은 부모에게 관심이 없어요. 저 역시 그랬죠. 당연한 건데 그 상황에서는 견딜 수 없는 것이죠"라고 했다.
국립극단이 표방하는 배우 중심의 연극에 걸맞는,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노년의 배우들이다. 특히 '아버지'는 올해 영국 올리비에상 연기상, 미국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아 한국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박근형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대한민국 배우 박근형으로서 충실하게 배역을 연기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국립극단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두 작품은 프랑스의 떠오르는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37)의 최신작이다. '아버지'는 2012년, '어머니'는 2010년 파리에서 첫 선을 보였다.
두 작품 모두 90분 내외의 짧은 희곡이지만 노령화, 치매, 빈둥지증후군, 우울증 등 현대사회의 사회·심리적 병인들을 다룬다. 윤소정은 빈둥지증후군을 다루는 '어머니'를 본 관객들이 "어떤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가져갔으면 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