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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열연..
사회

김혜수,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열연

운영자 기자 입력 2016/06/28 17:15 수정 2016.06.28 17:15
▲     © 운영자

 

 톱스타 '고주연'(김혜수)은 연하의 배우를 사귀다가 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알고 좌절한다. 이 사건으로 영원히 변하지 않는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주연은 아이를 가지기로 한다.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애를 낳을 수는 없는 법. 그는 아이를 '가질' 방법을 궁리하다가 미혼모가 될  상황에 놓인 '단지'(김현수)를 알게 되고, 단지에게 애를 대신 키워주겠다고 제안한다. 단지는 꿈을 위해 주연에게 돈을 받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관객이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에 거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이 영화가 애초에 '곡성'이나 '아가씨' 같은 영화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단지 톱스타 김혜수가 '톱스타 역할'을 맡은 만큼 얼마나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보여줄지, 또는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마동석과는 어떤 연기 호흡을 보여줄지, 딱 이정도가 관객이 '굿바이 싱글'에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굿바이 싱글'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무리한다. 아주 감동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욕심이 첫 번째, 이와 함께 울림을 줄 수 있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욕심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욕심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에서 반복한 '선(先)웃음 후(後)감동' 공식으로 나타나 영화를 결국 신파로 몰고 간다. 두 번째 욕심은 '미혼모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방향으로 나타나 영화를 오히려 얄팍하게 한다.
 이 두 가지 무리수가 무너뜨리는 건 고주연이라는 캐릭터다. 영화는 고주연을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사랑스럽고, 바탕이 선한 인물로 그리려고 한 듯하다. 그러나 김태곤 감독은 '감동과 메시지'를 위해 이 여자를 도무지 정이 안 가는 인물로 만들어 버린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애를 가지겠다는 철없는 생각은 그럭저럭 봐줄 만하지만, 대중을 속여 자신을 떠난 남자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거나 가짜 임신으로 사람들을 기만해 돈을 벌어들이는 행동은 단순히 고주연이 정신연령이 낮다는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최악은 고주연이 단지를 대하는 태도다. 주연은 자신에게 아이를 안겨줄 단지를 금지옥엽처럼 아끼다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서 그를 완전히 내팽개쳐버리는데, 아무리 이것이 영화 후반부 주연과 단지의 극적 화해를 위한 장치라고는 해도 주연의 행동은 꽤나 악랄해 이쯤되면 '악역'이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이렇게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없는 주인공을 만들어놓고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려는 시도는 기본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 관객이 캐릭터의 마음에 동조하지 못하니 후반부 '감동 부분'이 살지 못한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이야기하는 극 종반부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부질 없어 보인다. 나를 위로하는 도구로써 애를 갖겠다는 비윤리적인 생각을 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비도덕적인 인물이 '미혼모들을 왜 편견을 갖고 보느냐'는 맥락의 말을, 눈물까지 흘리며 뱉어댈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위안 거리라면 마동석의 연기다. 마동석은 힘들이지 않고 관객을 시종일관 미소짓게 하는데, 그만의 투박하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는 그가 왜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인지 스스로 증명하는 듯하다. 들어갈 때와 빠질 때를 알고 상황에 맞게 대사를 던지는 리듬감은 발군이다. 김혜수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고주연 캐릭터의 문제는 김혜수 연기보다는 연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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