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8일 공식 개관하는 롯데콘서트홀은 28년 만에 서울에서 문을 여는 클래식음악 전용 콘서트홀이다. 1988년 전문 콘서트 시대를 개막한 예술의전당 음악당(약 2500석) 이후 처음이다. 15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국내 처음으로 '빈야드(vinyard) 스타일'로 지어졌다. 빈야드는 '포도밭', '포도원'이라는 뜻이다. 포도밭처럼 홀 중심에 연주 무대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대 주변을 2036석이 여러 층으로 둘러쌌다. 1963년 건축가 한스 샤룬이 빈야드 스타일로 설계한 베를린 필하모니 이후 내로라하는 공연장이 벤치마킹했다. 청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양새로 연주자들과 친밀감이 강화된다.
산토리홀,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데니쉬 라디오 콘서트홀, 파리 필하모니의 음향설계를 총괄한 '나가타 어쿠스틱스'가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을 맡았다. 이 회사의 핵심 컨설턴트인 도요타 야스히사가 최종 테스트까지 설계, 시공의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롯데콘서트홀이 프리 오프닝 공연 14번째 무대를 열었다. 공연장을 찾아 롯데콘서트홀이 자랑하는 '음향'을 살펴봤다.
소문대로 입체적이었다. 공연장을 찾은 음악인들은 하늘에서 소리가 쏟아지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울림이 좋고 잔향(殘響)이 긴 편이라 소리가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감싸 안은 느낌이다.
이날 지휘자 임헌정이 이끄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기존 다른 공연장에서 듣던 것보다 풍부했다. 악기 소리 하나하나가 선명하고 생생했다.
첼리스트 목혜진이 협연한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현악기의 세밀함을 전달했고, 관악기와 타악기의 조합이 일품인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사운드의 풍성함을 안겼다.
좋은 클래식음악 콘서트홀의 특징은 자연적인 울림이다. 마이크 등 음향 증폭 장치를 쓰지 않는다. 소음이 적어야 하는 것이 필수다.
공연장의 설계를 맡은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 박세환 소장은 "국내 공연장 처음으로 콘서트홀의 내부 구조를 외부 구조로부터 완전히 분리한 박스 인 박스(BOX-in-BOX)'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바닥, 벽, 천장이 외부 구조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형태다. 콘서트홀 외부로부터 소음과 진동을 차단할 수 있다. 박 소장은 "바닥과 벽과 지붕이 콘크리트 2중 구초체로 싸여있다"며 "방진 시스템으로 어떤 소음, 진동도 차단해준다"고 했다.
주파수별로 소음 정도를 나눠 계산하는 노이즈 크리테리아(NC) 지수는 15다. 학교나 도서관은 NC 지수 30 안팎이다.
롯데콘서트홀 내에서 작동 중인 기계 장치의 소리 역시 들리지 않도록 설계했다. 객석 밑 에어 챔버가 그것이다. "에어 챔버에서 소리 없이 공기가 나와 육성이 잘 울려퍼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반향음(反響音)을 위한 환경도 눈길을 끈다. 벽이나 천장이 음의 반사가 잘 되는 구조라야 청중들의 귀에 연주음이 왜곡없이 들린다. 박 소장은 "벽의 밀도는 ㎡ 당 50㎏으로 높은 편이다. 천장은 특히 ㎡ 당 100㎏으로 굉장히 밀도가 높은데 무거운 석고 플라스터와 석고 보드로 만들어졌다. 소리의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것을 위한 것이다. 공연장 내 모든 구멍도 뚜껑으로 막아 소리를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콘서트홀 음향의 또 다른 중요 요소인 잔향의 길이는 정식 개관을 하지 않은 만큼 정확한 숫자를 아직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비교적 긴 편으로 현재 약 2.5초 안팎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