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을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탄핵안 표결 시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방식이 판이해 눈길을 끈다.
민주당은 그간 박 대통령을 옹호한 새누리당 의원들을 비난하면서 반성하는 차원에서 탄핵 찬성표를 던질 것을 압박하는 반면 국민의당은 손을 잡고 찬성표를 던지자는 식으로 회유를 하고 있다. 이른바 '굿캅 VS 배드캅(good cop, bad cop)' 방식의 회유와 압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에서 "누가 헌정질서를 파괴했는가. 누가 국정을 파탄 낸 대통령을 엄호해왔는가"라며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든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엄호해 왔던 새누리당, 마지막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박 대통령과 결별하고 탄핵에 참여할 것을 압박했다.
추 대표는 그간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계 의원들을 싸잡아 부역자(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사람)로 규정하면서 비난 공세를 펴왔고 이 때문에 국민의당 등으로부터 '탄핵을 하지 말자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선 새누리당 의원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란 점에서 추 대표의 이같은 강성 발언은 새누리당 내 내분 양상을 심화시키고 이를 통해 탄핵 찬성표를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도 탄핵안 부결을 막기 위해 찬성 의원들을 최대한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찬성 내부결집 양상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대한 위협과 압박을 중심으로 탄핵 국면을 이끌고 가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은 회유책을 쓰고 있다. 국민의당은 연일 새누리당 비박계에 대한 러브콜을 하면서 탄핵 찬성을 권유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 탄핵 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행보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의당 당원 보고대회'에서 "8월16일 대한독립만세를 부른 사람은 독립지사가 아니다. 8월 14일 독립만세를 부르면 독립지사"라며 "아무리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 맹목적인 충성을 했다 해도 지금 이 순간 반성하고 회개하고 사과하라. 우리 야3당과 함께 양심적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반드시 탄핵에 대열에 설 수 있도록 우리가 용서하고, 친박 의원들이여 우리에게 돌아오라고 다시 한 번 호소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이날 행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도 좀 맘에 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지 않은가"라며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들의 잘못에 대해 사실은 공범이지만 기왕에 잘못한 사람이라도 지금이라도 그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서 나선다면 그래도 그것이 다행이라 생각하고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미 그런 뜻을 모아준 의원들에게, 또한 앞으로 동참할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미리 여러분 큰 박수를 보내자"라고까지 말했다.
두 야당의 탄핵 추진 방식이 이같이 판이한 데에는 두 야당이 내년 대선을 향해 가는 전략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차기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대표가 있는 민주당은 가급적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운 상태에서 대선을 치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여권 전체가 매도를 받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민의당은 좀 다르다. 당 지지율도 민주당에 밀리는 데다 차기 주자 지지율의 경우 최근들어 안철수 전 대표가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뒤지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국민의당은 지금 이 상태로 대선을 치르는 건 영 못마땅한 것이다.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계와 연대하는 식의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탄핵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의 의견이 다른 만큼, 두 야당도 서로의 셈법에 따라 다른 과정을 걷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