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일병 사망 등 강력 질타… 국민불신 정부 전반 확산 조짐 강력대응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 위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제3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국무회의에서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 및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 발견 등과 관련해 군과 검찰, 경찰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수뇌부 문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일병 사건은‘국가적 적폐’”…강경한 입장 표명
여름휴가 복귀 후 하반기 경제활성화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터져나온 잇따른 악재에 민생경제 살리기 이슈가 매몰되는 것은 물론, 2기 내각의 본격 가동을 계기로 드라이브를 건 국정정상화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군과 수사당국을 향한 민심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세월호 참사에서처럼 국민적 불신이 정부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아래 상황의 조기 수습을 위해 광범위한 인책카드를 꺼내들며 강력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선임병들의 집단구타로 사망한 윤모 일병 사건과 관련해“이번에 모든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이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차원에서도 일벌백계로 책임을 물어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여지를 완전히 뿌리 뽑기 바란다”고 말했다.
책임자 처벌에 앞서‘진상조사가 우선’이라던 기존 청와대의 입장보다 한층 강경해진 기조다. 철저한 진상규명 후 군 수뇌부에 대한 고강도 문책까지 예상해 볼 수 있을만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군대 내 만연한 가혹행위와 폭력 등을‘국가적 적폐’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박 대통령은“있어서는 안 될 이런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것 역시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뿌리 깊은 적폐”라며“국가 혁신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강원 고성군 동부전선 GOP 총기사건이 발생하자 지난달 16일 전군 주요지휘관 초청 오찬에서“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고였다”며 병영생활 및 복무환경 개선 등의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군에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만에 또 다시 군대 내에서 잔혹한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잊을만 하면 터지는 병영부조리 문제를 이제는 국가혁신 차원에서 뿌리뽑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병영문화 개선과 인성교육 강화 등의 재발방지책 마련은 물론,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의 거취에 대한 결단도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 발생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도 확산되고 있어 박 대통령의 결심이 주목된다.
◇유병언 전 회장 사건 관련 수사당국 문책 할 듯
박 대통령은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한 뒤 오랜 기간 동안 이를 파악하지 못한 수사당국에 대한 문책 가능성도 열어놨다.
박 대통령은“지난 6월 유병언 시신 확인 과정을 보면 시신이 최초 발견된 부근에 신원을 추측할 수 있는 유류품 등이 많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검·경이 이를 간과해서 40일간 수색이 계속됐다”며“그로 인해 막대한 국가적 역량을 낭비했고,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정부의 구상권 청구를 위해서라도 유 전 회장에 대한 신속한 검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뒤늦게 유 전 회장의 변사체가 확인되면서 검·경의 부실수사 논란은 확대됐고 정치권에서는 시신을 둘러싼 진위공방까지 벌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이 사건에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해 검·경 수뇌부에 대한 문책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 잇따른 군 인명사고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있어서는 안 될 사고로 귀한 자녀를 잃으신 부모님과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참담하다”는 입장 표명으로 대신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윤 일병 사건을‘지난 수십 년 간 계속해서 발생해 온 적폐’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