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역사와 리더십을 존중하는 세심한 맞춤 행보로 취임 첫 중동 아시아 순방을 순조롭게 마쳤다.
군사협력 이면합의를 놓고 한때 양국이 갈등을 겪었지만 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잡음을 봉합하며 양국 협력을 특별 전략 동반자 관계로 높이는데 성공했다.
두 정상은 격상된 양국관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외교·국방 차관급 협의체를 신설하고, 외교부 장관간 전략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양국 관계의 중심은 여전히 군사협력이지만 경제, 산업, 행정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우리 측은 순방을 준비하면서 UAE에 정상이 친교를 쌓을 수 있는 일정을 미리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에서는 이같은 친교 활동 요청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UAE에 도착하자마자 자이드 초대 대통령 묘소를 방문하고 전몰장병 추념비에 헌화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측은 정상 행사 기획 단계부터 의례적인 일정을 최소화하고 정상간 상호 교감하는 행사에 집중하려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4~27일 아부다비에 머물면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총 7차례 만남을 가졌다. 정상회담 부대 일정뿐 아니라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식 참석, 왕세제 사저 방문도 이뤄졌다.
특히 지난 26일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완료 기념행사에서 모하메드 왕세제는 직접 차량을 운전해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 장소까지 이동하는 파격 의전을 보였다.
지난 25일 양국 정상회담은 왕세제 궁이 아닌 최근 지어진 대통령궁에서 열며 예우를 보였고, 단독회담 시간은 애초 15분에서 4배이상 늘어난 60분가량 진행되며 정상간 깊은 대화가 이뤄졌음을 나타냈다.
확대 정상회담에서는 UAE 각료급 인사가 대거 배석했다. 모하메드 왕세제 친형제 각료 4명, 내각 장관 9명, 아부다비 집행이사회 3명 등이다. 왕족사회의 고위급 각료 영향력을 고려할 때 우리 측을 각별히 여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27일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호기 완공식 행사에는 모하메드 왕세제를 포함해 왕족 8명이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협력 분야를 에너지, 건설, 방산 중심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 중소기업, 특허 행정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UAE 측은 우리 기업과의 석유·가스 협력에 250억달러(한화 약 27조) 규모를 추가하겠다고 파격 제안하기도 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원전 1호기 완공식에서 "이번 행사에 모하메드 왕세제를 포함해 8명의 왕족이 원전 완공식에 참석했다. UAE에서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원전을 비롯한 양국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UAE 순방에서 여러가지 좋은 성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모하메드 왕세제 배려로 왕실 리조트 '신기루 성(城)'에서 사막을 체험하고, 김정숙 여사와 사저 초대도 받았다. 문 대통령이 사막을 체험할 때는 UAE에서 헬기를 띄우며 특급 경호를 보였다.
이어 문 대통령이 사저 앞에 도착하자 왕세제와 가족들이 현관에서 대기하다 차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 내외를 환대했다. 왕세제의 딸들이 직접 커피와 주스를 대접했다.
문 대통령은 "왕세제가 베풀어준 최고의 환대에 감사드린다. 이건 저 개인에게 주는 환대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주는 환대"라며 "저와 왕세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친구 관계뿐 아니라 두 나라가 아주 친한 친구가 돼 미래를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라는 이름의 좋은 친구를 얻은 것이다. 한국은 UAE라는 이름의 동맹을 갖게 된 것"이라며 "UAE는 항상 한국 옆에서 한국 편을 들 것이다. 계속해서 한국의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아랍 국가에서는 아주 가까운 지인이나 친지들조차 가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왕세제가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김정숙 여사는 UAE 국모로 추앙받는 왕세제 모친 파티마 여사와 특별 오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75세의 파티마 여사는 며느리 등 왕실 가족과 관료 40명을 오찬 행사에 참석하게 했다.
파티마 여사는 "더 많은 사람들을 참석시키고 싶었으나 자리 문제로 고르고 골라 40명으로 줄였다"고 환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파티마 여사는 또 "UAE에서는 외교, 국방 분야에도 여성들이 많다. 앞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여성들이 정치와 사회참여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UAE 내각에 여성장관이 30% 이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파티마 여사의 여권 신장을 향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파티마 여사와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