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두절 등 위치추적 피하려 온갖 묘수 동원
영장심사 불출석 하려던 의원 서서히 동요
▲ 검찰이 구속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여야 현역 의원 5명에 대한 강제구인 절차에 들어간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실 앞에서 수사관들이 신 의원의 부재확인을 하고 있다. © 서울 최태식기자
검찰이 2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모두 불출석하기로 한 여야 국회의원 5명에 대해 유례없는 동시 강제구인 작전을 펼쳤다.
의원들은 한때 행방이 묘연해 검찰의 속을 태우다가 결국 뒤늦게 줄줄이 영장심사에 출석했다.
검찰의 강공책과‘방탄국회’를 바라보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소재 파악을 못해 실제 구인은 실패했기 때문에 검찰의 구인작전을‘미완의 성공’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 조현룡(69) 박상은(65)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 김재윤(49) 신학용(62) 의원에 대한 구인영장을 집행했다.
의원 5명에게 법원이 발부한 구인장은 모두 27일 자정까지 유효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구인장을 집행하기 위해 검사 3명과 수사관 30여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별로 검사 1명과 수사관 10여명을 투입된 것이다.
검찰은 아침 6시부터 의원들의 자택과 연고지에 수사관들을 보내 동향을 살폈지만 의원들은 집을 비우고 없었다.
이어 오전 9시30분께 국회 의원회관 등에서 각 의원들에 대한 구인장 집행에 나섰지만 구인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유일하게 신학용 의원에게 심문용 구인장을 제시했지만 자진 출석을 택하는 바람에 수사관들을 철수하고 강제구인을 중단했다.
다른 의원들에 대해서는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해 구인장을 꺼내지도 못했다. 이미 의원회관을 떠났거나 국회로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는 등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온갖 묘수(?)를 썼다.
조 의원은 전날 저녁부터 차명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고 자제 집 등을 전전하며 시내 모처에서 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의원회관 사무실에 남겨둔 채 실제로는 회관을 떠나 검찰을 교란했다. 그의 운전기사도 수도권 일대에서 관용차를 몰고 돌아다니며 검찰의 추적에 혼선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의원들이 머물만한 은신처를 샅샅이 수색했다. 또 의원들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국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열람·분석했다.
조현룡 의원의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은 특수1부뿐 아니라 특수2부의 수사관들까지 대대적으로 동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검찰은 영장심사를 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촉박할 것으로 보고 '데드라인'을 밤 10시로 정했다.
만약 이날 밤 10시까지 구인하지 못할 경우 경찰에 차량 수배를 요청하고 도피를 돕는 관련자에 대해선 범인도피 혐의로 엄벌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오후로 접어들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오전까지만 해도 법원에 심문 기일을 다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하며 영장심사에 불출석하려던 의원들이 서서히 동요했다.
신학용 의원 법원에 출석할 뜻을 밝힌데 이어 김재윤 의원도 예정된 심문 시간에 나타났다. 이어 신계륜 의원과 조 의원, 박 의원 순으로 영장심사에 출석한다는 입장을 검찰에 통보했다.
이는 검찰의 유례없는 강공책과 '방탄국회'를 바라보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졌던 검찰의 사법처리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검찰은 이날 자정을 전후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의원들을 서울구치소나 인천구치소에 수감할 계획이다.
이날 밤 12시를 넘겨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법적으로 구인영장을 이미 집행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반면 영장이 기각된다면 검찰 수뇌부는 재청구 여부를 놓고 다시 한 번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추후 심문 일정을 다시 잡더라도 국회 장벽에 가로막힐 소지도 있다.
국회 일정상 8월22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9월부터 정기국회가 열린다. 국회의원들은 회기 중에는 불체포특권을 인정받기 때문에 검찰은 대통령 재가를 얻어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접수, 본회의 표결을 통해 의원들의 구인여부가 결정된다.
앞서 조현룡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에 접수됐지만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한 채 회기가 끝나면서 사실상 표결이 무산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구인장이)집행되어야 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었고 그렇게 집행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며“마지막까지 적법절차가 중시되고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최태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