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관용차,음주순찰차,아내폭행’
‘세월호’참사로 인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서 현직 경찰관들이 사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긴급관용차를 퇴근용으로 사용했다가 뺑소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고 음주 상태에서 112 순찰차를 몰다 신호위반으로 어린이집 차량을 들이받는 등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광주경찰은 뒤늦게 관용차량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출근길 음주 측정을 벌이며 집안 단속에 나섰으나 국가적 비상사태에 근무 기강이 해이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19일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특가법상 도주차량)로 광주경찰청 소속 의경 A(20)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결과 A 의경은 5·18 행사를 마치고 소속 중대장인 B 경감을 남구 노대동 자택에 데려다 준 뒤 부대로 복귀하던 중 이 같은 사고를 냈다.
문제는 B 경감이 집으로 퇴근하는데 사용한 차량이 사적으로 이용될 수 없는 긴급관용차라는 점이다. 긴급관용차는 긴급 출동시 의경이 타고 있는 대형버스의 선두에 서 지휘를 하는 차로 개인적 용도의 사용이 철저히 금지돼 있다.
이날도 5·18민주화운동 34주년 기념식에서 경비 업무를 마치고 광주경찰청으로 곧바로 복귀해야 했지만 B 경감은 자신의 퇴근용 차로 긴급관용차를 사용했다.
경찰은 B 경감은 물론 또 다른 직원들도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관리체계에 대해 점검을 벌일 방침이다.
이에 앞선 지난 17일에는 아내를 폭행한 광주 북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C(47)경사가 가정폭력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C 경사는 지난 17일 오후 9시50분께 광주 서구 동천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를 1차례 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C 경사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폭력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일에는 광주 동부경찰서 금남지구대 소속 D 경사가 혈중알코올농도 0.053%에서 순찰차를 운전하던 중 어린이집 승합차를 들이받아 9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를 냈다.
D 경사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한 중국인 관광객 등을 112 순찰차에 태워 공항으로 가던 중 교통신호를 위반해 어린이집 승합차와 충돌 사고를 냈다.
D 경사는 경찰 조사에서“전날 마신 술이 덜 깬 것 같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몸에서 술냄새가 심하게 날 정도였지만 2인1조로 함께 순찰차를 탔던 E 경위는 운전을 못하게 말리지도 않았다.
일부 경찰 간부들은 사고 직후 거짓말 논란까지 일으키며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D 경사가 소속된 광주 동부경찰서 서장과 교통과장 등은“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D 경사의 음주 사실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시 경찰은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 속에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음주운전 사실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상태였다.
거짓말 논란을 일으켰던 동부경찰서장은 결국 지휘 책임을 지고 사고 발생 다음날인 13일 교체됐다. 경찰은 D 경사를 대기발령하고 음주운전을 방치한 E 경위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또 이후 내부적으로 전 직원에게 금주령을 내리고 이를 점검하기 위해 매일 아침 경찰서와 각 지구대·파출소 직원을 대상으로 음주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들이 잇따라 물의를 일으키면서 경찰의 근무 기강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잇단 사고를 일으키고 뒤늦게 집안 단속에 나선 경찰을, 세월호 참사에서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던 해경과 비교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광주 한 경찰서 관계자는“내부적으로 감찰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며“이번 기회에 근무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민과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