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vs 중소형주, 정답은?
대형주에 집중해야 할까? 중소형주에 투자해야 할까?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졌을 법한 궁금증이다.
'투자 대가' 워렌 버핏은 얼핏 대형주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종목이 대부분 대형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이 회사의 투자 종목을 살펴보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 콜라, 엑손 모빌, 골드만 삭스, 월마트 등 하나같이 대형주 일색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버핏은 대형주를 선호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같은 대형주 선호는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기업의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운용 자금이 워낙 크다보니 중소형주를 매입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중소형주에 투자한다면 수백개의 중소형주에 투자해야 한다. 다시 말해 버핏의 경우 운용 자금의 규모 때문에 대형주를 매입하는 것이다. 일반 개인 투자자와는 사정이 다르다.
버핏은 운용 자금이 많지 않았던 젊은 시절에는 중소형주를 선호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개인 자격으로 투자할 때는 중소형주를 선호한다고 한다. 버핏이 2000년 중반 매입했다고 알려진 대한제분, 에스원, 신영증권은 대부분 중소형주였다.
버핏은 왜 중소형주를 선호할까?
가장 큰 이유는 '우량 종목을 싸게 매입한다'는 가치투자의 원칙에 중소형주가 부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두배라고 하면, 이는 이 기업을 통째로 매입했을 경우 2년 이내에 매입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형주 가운데는 이렇게 PER이 낮은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가치투자의 원칙에 입각해 가치와 가격(주가)의 차이가 큰 종목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소형주가 걸러지는 것이다.
대형주는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대형주는 기관, 외국인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어 이미 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주에 투자할 때는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는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 정부 정책 같은 기업 외부 변수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투자금이 적은 개인 투자자가 이런 '매크로'에서 기관이나 외국인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매크로란, 경제성장률을 중심으로 소비, 투자, 수출, 수입, 물가, 기업수익 등 경제전반의 지표관계를 나타낸다.
물론 중소형주는 약점도 있다. 작은 기업의 특성상 분식회계, 내부 임직원의 횡령 같은 사건으로 투자 수익률을 반전시키는 기업이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이런 일을 실제로 겪어 큰 손실을 본 일부 투자자들은 '중소형주는 무조건 피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이런 사건을 일으킨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문제의 징후가 드러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심만 있다면 '자연 미인'과 '성형 미인'을 구별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잘 짜여진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는 기업의 진행과정에 의문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복잡하게 따질 필요 없이 손익계산서가 만년 적자인 기업, 현금흐름표의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부채 비율이 200%가 넘는 기업을 피하기만 해도 손실을 내는 중소형주를 피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대부분 중소형주에서 손실을 겪은 투자자를 살펴보면 소문으로 주식을 매입하거나, 재무제표를 아예 들여다보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주식 시장의 성공한 개인 투자자들을 보면 보유 종목의 대부분이 중소형주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중소형주 가운데는 만년 적자거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거나,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은 없다. 운용 자금이 수백억원대를 넘지 않는 이상 재무구조가 우량하면서도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기회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투자자문 Bill 플러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