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간의 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산격1동 주민센터 신축사업이 올해 안에 첫 삽조차 뜨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주민센터가 있는 지역의 주민들과 이전 신축 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올해 안에 주민 의견을 통합해 신축공사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사업 예산을 내년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전 예정지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팽팽히 엇갈린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민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민센터가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이전 후 상권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구청이 이전 예정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과 상의없이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이전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애초 부지선정에서 제외됐다가 나중에 차선으로 선택된 것도 억울한데 토지까지 매입해 놓고 공사를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지난 14일 산격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양측 주민 간의 지역 비하 발언 등으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상태다.
당시 기존 주민센터 인근 주민들이 이전 예정지 부근 주민들에게 "못사는 동네" "장애인이 많고 터가 안 좋다"는 등의 비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센터 이전 예정지 인근 주민 일부가 해당 발언을 한 주민들의 공개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계획하기도 했다.
이전 예정지 인근 산격주공아파트 성영기 주택관리소장은 "몸이 불편한 주민들이 대부분이라 주민센터 이전에 대해 기대가 많았는데 착공일이 연거푸 미뤄지는 바람에 주민들이 많이 지쳐있다"며 "올해 안에 시공사 선정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면 갈등이 고조될 수 있기에 언제 공사가 진행될지는 확답할 수 없다"며 "하지만 도청 후적지 문화공간 조성사업 등 산격 1동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제시해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75년에 지어진 산격1동 주민센터는 건물이 낡고 협소해 주민들이 이용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던 가운데 북구청이 2000년대 초반부터 현 주민센터 부근에 이전 부지를 검토해 왔지만 소유주와의 협상 등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산격주공아파트 인근에 이전 예정지를 매입, 35억8000만원을 들여 지상 3층(881.2㎡) 규모로 새 주민센터를 건립할 예정이었다.
새 주민센터에는 엘리베이터와 작은도서관 등 주민 편의시설도 갖춰진다. 설계준공과 건축허가 심의를 마친 상태로 현재 시공사 선정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