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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조작된 생동성시험 근거 의약품 판매..
사회

조작된 생동성시험 근거 의약품 판매

운영자 기자 입력 2014/12/14 16:31 수정 2014.12.14 16:31
“지출 요양급여 배상해야"


 
식약청으로부터 제조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조작된 생동성시험을 근거로 이뤄졌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당 의약품에 대해 지출한 요양급여도 배상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1부(부장판사 이동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가와 충북대 교수, 연구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피고들은 원고에게 1억6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충북대 약학대 정모 교수와 충북대 의학연구소 김모 연구원은 2002년~2003년 두곳의 제약사로부터 복제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것인지 여부를 시험해 줄 것을 의뢰받고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이같은 내용의 생동성시험을 수행하면서 이상 시험자료가 발생하거나 생동성신뢰구간을 벗어나는 경우 이를 그대로 반영한 시험결과보고서를 제출하면 식약청으로부터 재시험 또는 보완지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시험 또는 보완지시를 받으면 생동성시험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제약회사로부터 향후 다른 복제의약품에 관한 생동성시험의뢰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해당 의약품의 시험자료를 조작해 보고서를 작성했고, 제약사들은 조작된 시험결과보고서를 식약청에 제출해 의약품 제조품목 변경허가 및 생동성 인정공고를 받았다.
그러나 식약청은 지난 2006년 3월 생동성 시험기관에 대한 점검을 하던 중 정 교수와 김 연구원의 보고서 조작사실을 알게 됐고 해당 의약품에 대한 제조품목허가를 취소하고 회수 및 폐기를 명령했다.
정 교수는 결국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해당 의약품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정 교수 등의 위법행위로 인해 공단 및 건강보험가입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이같이 조작된 시험자료를 기초로 시험결과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복제의약품에 대한 비교용출시험결과 오리지널의약품과의 동등성이 입증됐다 해도 비교용출시험은 생동성 시험과는 전혀 별개"라며 "간단한 생동성 입증만으로 제조.판매가 가능한 복제의약품의 경우 생동성의 인정이야말로 의약품으로서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인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판시했다.
또 "의약품은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것은 국민보건의 향상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시험자료의 조작은 그 자체로 비윤리적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과적으로는 시험기준을 충족한다는 이유를 들어 섣불리 조작에 눈감고 이를 용인하게 되면 사전에 그 안정성·유효성이 검증되거나 보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유통을 방치하는 셈이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정 교수가 직접적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바 없고, 해당 의약품에 대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점, 이 사건 의약품이 시판되지 못했더라도 동일 성분의 대체의약품이 조제돼 판매됐을 개연성이 커 공단도 그에 상응하는 약제비를 지급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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