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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도서정가제 개정·미디어셀러 열풍..
사회

도서정가제 개정·미디어셀러 열풍

운영자 기자 입력 2014/12/17 17:15 수정 2014.12.17 17:15
동네 서점과 중소 출판사의 생존권을 보장


2014년 출판계는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으로 1년 내내 떠들썩했다. 미디어는 지속해서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문학은 '세월호' 침몰 참사에 영향받았다. 유명 작가들은 작품 발표를 미뤘고 내면으로 침잠하던 작가들은 작품 밖 현실을 보기 시작했다.
◇ 11월21일,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 출판계는 지난 2월 기존 19%였던 할인율을 15%(현금 할인 10% 이내 + 마일리지)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에 합의했다. 국회는 4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1월21일 시행됐다. 2003년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후 11년 만이다.
책값의 거품을 빼고 동네 서점과 중소 출판사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와 달리 '제2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었다. 어디에서나 비싼 가격에 책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출판사와 유통사들은 개정안 시행 전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치며 재고떨이에 힘썼다. 책 할인율은 90%를 웃돌았고 개정안 시행 전날 할인된 가격에 책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몰리며 온라인 서점 누리집이 마비되기도 했다.
개정안의 안착 여부는 참고서 수요가 높은 내년 신학기를 지나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까지는 온라인 서점의 판매량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의 동네 서점 유입도 드물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미디어셀러, 영향력 과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출판계 키워드도 미디어셀러다.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들이 인기를 끌었고 방송에서 이름을 알린 저자의 책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10월17일부터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의 원작 웹툰 '미생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완간 세트가 대표적인 미디어셀러다. 해당 세트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누적 판매부수 200만부를 돌파했다. 도서정가제 시행 전 진행된 할인 행사와 맞물려 한 달 새 100만부가 팔려나가기도 했다.
교보문고 판매량 기준으로 올 한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동명의 영화 개봉과 함께 주목받았다. 같은 조사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책 '미 비포 유'도 미디어 노출 후 불티나게 팔렸다. 이 밖에 영화 '명량'과 드라마 '정도전'의 인기에 힘입어 이순신과 정도전 관련 서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SBS TV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이 같은 점에 주목, 출판사에 과도한 간접광고(PPL)를 요구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 측은 5억원 상당의 금액이 명시된 PPL 제안서를 몇몇 출판사에 돌렸지만, 해당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출판사는 없었다.
◇ 세월호 참사, 작가들 현실을 보다= 국가적 비극 앞에 작가들은 펜을 내려두고 현실을 봤다. 김애란·박민규 등 올해 새책을 펴낼 예정이었던 이들은 출간 일정을 미뤘다. 대신 문학동네 '세월호 특집'을 통해 '세월호'를 말했다. 해당 글이 실린 '문학동네'는 계간지로서는 이례적으로 초판이 매진되는 등 주목받았다.
현기영·황석영·최일남·신경림·백낙청·공지영·김연수·은희경·심보선 등 754명의 문학인은 시국선언문 '우리는 이런 권력에게 국가 개조를 맡기지 않았다'를 통해 '세월호' 관련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국작가회의에서 활동하는 시인 69명은 '세월호' 침몰 참사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펴내는 것으로 슬픔을 나눴다.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행사에 참석, 해당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발표한 '젊은 문학 선언'을 통해서도 "지금-여기서 우리가, 역사가 어떻게 실패하는지 우리는 보고 또 볼 것이다. 끝까지 인간으로, 기억하고 기억할 것이다. 더 치열하게 더 불가능하게 질문하고 질문할 것"이라며 현실을 이야기할 것을 강조했다.
◇ 히가시노 게이고 등 외국 소설 인기=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일본의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에서 만개했다. 올 한 해만 각 출판사를 통해 '질풍론도' '한여름의 방정식' '가가형사 시리즈 박스 세트' '방황하는 칼날' '그 무렵 누군가' '몽환화' '패럴렐 월드 러브 스토리' '십자 저택의 피에로' '학생가의 살인' '공허한 십자가' '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가면산장 살인사건' 등이 나왔다. 이들 작품의 인기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판매량은 국내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무라카미 하루키를 앞섰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해 외국 소설이 인기를 누린 한 해다. 교보문고가 14일 발표한 종합 베스트셀러 10위에는 모두 6권의 소설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정글만리 1'(10위)을 제외한 다섯권이 외국소설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1위) '미 비포 유'(2위)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6위) '여자 없는 남자들'(7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8위) 등이다.
2014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파트릭 모디아노의 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도 노벨문학상 특수를 누리며 베스트셀러에 장기간 이름을 올렸다.
◇ 김종철 시인·평론가 김치수·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별세= 3월 한국시인협회 회장에 취임, 의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김종철 시인이 7월 별세해 동료 문인들을 슬프게 했다.
김 회장은 1968년 서라벌예술대 재학 중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재봉',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바다 변주곡'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못에 관한 명상'(1994) '등신불 시편'(2001) '못의 귀향'(2009) '못의 사회학'(2013) 등을 통해 '못의 시인' '못의 사제'로 불렸다.
문예지 '문학과지성'의 창간 주역인 문학평론가 김치수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10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학 시절 소설가 김승옥, 김현, 시인 최하림과 함께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하다 196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염상섭 재고'로 등단한 고인은 1970년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주연, 김현과 함께 계간지 '문학과지성'을 창간한 문단의 기둥이다.
콜롬비아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타계 소식에 전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기도 했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마르케스는 20세기 남미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계는 탁월한 선견지명을 선보였던 작가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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