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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KF-16 성능개량 사업 표류…공군 전력공백 불가피..
정치

KF-16 성능개량 사업 표류…공군 전력공백 불가피

운영자 기자 입력 2014/12/17 19:01 수정 2014.12.17 19:01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 성능개량 사업이 계약 업체 변경을 검토하며 사실상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군의 전력 공백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은 17일 오전 국방부 중회의실에서 한민구 국방부장관 주재로 열린 제8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KF-16 성능개량업체 변경 문제를 보고했다.
이 사업은 1조7500억원을 들여 1990년대에 도입된 KF-16 전투기 134대의 레이더와 주임무 컴퓨터 등의 성능을 개량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8~9월 미국 정부가 사업 위험 관리 비용 5000억원을, BAE시스템즈는 사업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3000억원을 더 달라고 요구하면서 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고 결국 업체 변경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앞서 방사청은 KF-16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27일 제7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BAE시스템즈를 계약업체로 최종 선정했다. 이후 미국 정부가 계약 전반을 주도하는 FMS(대외군사판매)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었다.
이에 따라 이미 공군은 2대의 KF-16 전투기를 BAE시스템즈 미국 텍사스 공장에 보내 개량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계약대로라면 오는 2019년 1호기가 우리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BAE시스템즈가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사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 정부는 예산이 1조7500억원 규모인데 반해 이들의 요구대로 8000억원을 추가할 경우 사업비가 40%나 폭등하게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군 당국은 F-16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에 사업을 맡기로 했지만 이 역시 미국 정부의 구매수락서(LOA)를 받아봐야 해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 진 것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업체의 LOA 총액 증액 요구에 따라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통합 업체를 BAE시스템즈에서 록히드마틴으로 교체하기 위한 검토계획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체 교체에 대한 최종 결정은 미국 정부로부터 LOA 총액을 확인한 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심의와 조정을 통해 최종 확정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KF-16 성능개량 사업의 향방은 미국 정부의 LOA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미국 정부의 LOA에는 사업 전반에 걸친 비용 추정치가 담겨 있다. 사업비가 얼마로 책정되느냐에 따라 방사청의 전략도 바뀌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예산을 쥐고 있는 국회가 방사청의 입지를 좁혀놓았다는 점이다. 이미 국회 국방위는 지난 12일 2015년 방사청 예산안 심의를 하며 KF-16 예산을 절반이나 깎았다. 방산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궁지에 몰린 셈인데, 당초 1315억원을 제출했지만 절반 정도인 630억원이 삭감됐다.
또 국방위는 부대조건으로 총사업비 변동이 없어야 하고 사업예산을 집행하기 전에 국방위에 보고하도록 단서조항을 달았다. 업체를 변경하면서 성능개량사업의 입찰보증금(6114만9000달러)도 전액 국고로 환수하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도록 했다. 주요정책 결정과 집행에 실명제를 실시할 것 등도 요구한 상태다.
결국 방사청은 기존대로 1조7500억원 내에서 KF-16 성능개량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총사업비가 국회 예산의 20%를 넘게 되면 기획재정부와 다시 협의해 증액을 추진할 수 있지만 20%를 넘을 경우 규정에 따라 사업 타당성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
또 이번 사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가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LOA마저도 내년 상반기에나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윤형 방사청 항공기사업부장(준장)은 "지난주에 미국 정부와 록히드마틴, 우리 측이 협의를 진행했다"며 "내년 초에는 LOA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KF-16 성능개량사업은 당초 2019년 1호기가 우리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길게는 3년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여 공군의 전력 공백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 된다.
한편 이번 사업이 표류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 사업관리를 맡고 있는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깊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불거졌다. 비용 절감 측면도 고려했다는 설명도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F-16의 원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전자장비나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 역시 그렇게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KF-16 성능개량 사업 방식인 FMS 자체가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성능개량 사업을 하면서 '모험' 대신 '안정'을 택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원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대량으로 성능개량 사업을 하고 있어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제기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록히드마틴은 대만 등에서 F-16 성능개량을 수행하고 있지만 BAE시스템즈는 한국 사업만 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기술력 등을 고려해도 록히드마틴이 우위에 있는데 이를 고려치 않은 방사청의 사업자 선정이 공군 전력 공백을 부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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