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위기설'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3730억원 규모의 대규모 현금 확보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하다.
신규 수주 급감으로 두산중공업의 향후 먹거리 전망이 불투명해진 결과다. 두산중공업은 수주를 기대했던 대형 프로젝트들이 내년 이후로 미뤄지면서 올해까지 3년 연속 연간 수주액이 6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국 두산중공업은 신용등급 강등 사태까지 겪으며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의심 받고 있다. 설득에 나서지 못한다면 '위기설'은 '위기'로 현실화될 전망이다.
지난 4일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중공업㈜의 무보증사채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각각 A+(안정적)에서 A(안정적), A2+에서 A2로 강등하고 지주사 ㈜두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조정했다.
이어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 12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 두산그룹 주요계열사와 지주회사인 두산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강등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은 A+에서 A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A에서 A-로 등급이 내려갔다. 등급전망은 4개사 모두 안정적(Stable)을 유지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373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하게 했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재무개선보다는 오히려 신규 수주 물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신용평가사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2010년 13조8656억원 ▲2011년 10조1015억원에서 연간 10조원 이상 안정적인 신규 수주 실적을 쌓아오다 지난 2012년 들어 5조7875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도 수주량이 5조8386억원에 그쳤고, 올해도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1~3분기 가까스로 4조4584억원어치만 일감을 수주했다. 당초 올해 연간 수주 목표가 10조2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의 일감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중공업 부문의 수주잔고도 지난 2012년말 18조4096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5조7276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2분기말 13조3297억원까지 감소했다가 지난 3분기 신고리 5·6호기 주기기 계약, 화성동탄 EPC 수주 등으로 가까스로 14조3903억원 대를 회복한 상태다.
두산중공업의 앞으로의 수주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9월 국제 입찰에 참여한 1조원 규모의 인도 복합화력발전소 '카트와(Katwa)' 프로젝트가 사실상 수주되기 직전 전격 취소되면서 국제 망신을 당했다.
연말까지 베트남 화력발전(1조원)과 필리핀 화력발전(7000억원) 수주를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어 양국 모두 프로젝트를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여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감 감소로 글로벌 플랜트 업체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수주 기근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결국 두산중공업의 매출 감소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2년 21조2741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21조4119억원보다 0.6% 소폭 감소하는 데 그치는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19조2082억원으로 9.7% 줄었다. 올해도 두산중공업은 1~3분기 누적 매출액이 13조118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4조2520억원 대비 8.0% 감소하는 등 매출액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매출 감소세에 영업실적도 답보상태다.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은 2012년 5862억원에서 지난해 9851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중공업 부문만 놓고 보면 지난 2012년 5159억원에서 지난해 514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중공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1%에서 지난 2분기 6.7%까지 회복했지만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이 4.1%로 추락, 5%대 영업이익률 달성에 실패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수주부진 장기화에 따른 실적저하' 외에도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등 부실계열사에 대해 직간접적 형태의 지원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계열사 두산건설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서 2011년 2200억원, 2013년 87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뛰어들었고, 또 지난해 말 두산건설이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RCPS도 인수하는 등 총 1조4900억원을 지원했다.
"두산중공업이 계열사 지원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감내하고 있는 재무부담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누적된 상태"라는 게 한국기업평가측의 설명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 2012년말 366%에서 지난해말 250%로 떨어졌지만 올해 3분기 들어 271%로 높아지면서 다시 재무부담이 확대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두산중공업이 서둘러 RCPS 발행으로 확보한 3730억원 규모의 유동성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를 내린 셈.
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이 재무적 지원을 받고 난 이후에도 채무상환능력에 큰 개선이 없어 두산중공업이 추가적인 재무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두산중공업이 5년 뒤 만기 도래하는 RCPS에 대한 상환능력을 과연 갖고있느냐고 의심하는 시각마저 내비치고 있을 정도다.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은 다른 계열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이번 신용등급 하락에 지분율 41.4%를 보유한 최대주주 ㈜두산도 함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악재를 겪었다. 주력 계열사로서 최대 수익창출원인 두산중공업㈜의 신인도 변화로 ㈜두산의 등급 하향이 불가피했다.
결국 두산중공업은 52세 이상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 진행하는 등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두산중공업은 연내 고령층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 "인사적체 해소"를 이유로 들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평균근속년수는 2010년 말 기준 13.2년에서 지난해말 기준 11.4년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3분기 말 기준 12.9년으로 다시 높아졌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 등을 감안하면 평균근속년수는 앞으로로 높아질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희망퇴직자에 대해 근속 연수에 따라 18~24개월치에 달하는 통상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예정이어서 일시적인 재무 부담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