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보 설택길
밤안개 살내에 젖어 흐르던 어둠은
깊은 밤 적막감에 물들어 서성이다
검푸르레 변해 버린
유리속 얼굴을
숨 막힐 듯 뿌옇게 덮어놓았다
어디를 얼마 동안 헤매다 왔는지
지친 듯 흐물거리는 창밖 어둠은
아련히 들려오는 강변의 울음소리
영혼을 달래주는 애달픈 소리가
그에겐 그리도 서러웠던가
지나가는 바람결 군데군데 실어 보내
닫힌 창
애절히 두드리며 날 부른다
희미한 안갯속 빛바랜 가로등 빛
엷게 낀 유리창
서리 속에 가물거리면
가직이 다가오는 영혼의 소리
바장이는 내 가슴 울리기 전에
이제는 불러야지
어둠 속에 흩어진 영상
갈 곳 없이 헤매던 초점 없는 내 눈길도
이제는 불러모아 잠들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