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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재능기부’ 강정호, 과연 약속할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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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 강정호, 과연 약속할 자격있나

뉴시스 기자 입력 2020/06/24 21:22 수정 2020.06.24 21:23
유소년 선수들에 그릇된 인식
음주운전 경각심 낮추는 일

강정호(33)가 뒤늦은 사과 기자회견에서 지난날에 대한 반성, 팬들을 향한 사죄와 함께 한 것이 있다. 앞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며 내건 약속이다.
23일 기자회견에서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 여부를 떠나 유소년 대상 야구 재능기부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전부터 해왔던 일인데, 유소년 선수와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KBO리그에 복귀해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에 참가하고, 음주운전을 줄이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과연 강정호가 대중 앞에서 이런 약속을 할 자격이 있는걸까. 
강정호는 세 차례 음주운전을 저질렀다. 세 번이나 음주운전을 한 것은 중범죄다. 실제로 강정호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구단에 이 사실을 숨겼다. 두 차례나 음주운전이 적발되고도 반성하지 않고 2016년 12월 또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질렀다. 
2016년 당시 사고 영상을 보면 아찔하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그런 사고를 내고도 강정호는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정말 나쁜 행동이고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고 반성해도, 변화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지난 날의 과오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프로야구 선수는 ‘공인’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팬들의 관심이 따라다닌다. 많은 연봉과 팬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품위를 지키고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나 구단들이 선수들의 비위 행위에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은 선수들이 공인이라는 점을 자각하도록 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다. 
삼성 라이온즈 프랜차이즈 스타 박한이는 지난해 5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불명예 은퇴했다. 지난해 4월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구단에 이를 알리지 않은 SK 와이번스 내야수 강승호는 임의탈퇴 처리된 후 여지껏 그라운드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강정호는 일단 KBO리그로 돌아와 변화한 모습을 보이면서 유소년 선수들에 도움을 주고, 음주운전 근절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하지만 강정호가 프로야구 선수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유소년 선수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는 일이 될 수 있다.
강정호는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어릴 때 인성에 대해 정말 많이 교육을 받았지만 프로에 들어와서 나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는 것 같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중간에서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소년 선수들이 과연 범죄를 저지르고도 프로야구 선수 지위를 회복한 강정호를 보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선수로서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질지 의문이다.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러도 실력을 갖추면 사죄를 한 뒤 다시 프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 
오히려 유소년 선수들이 다시는 프로야구 선수로 뛰지 못하는 강정호를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할 책임감과 의무를 재차 느끼는 쪽이 더 타당해 보인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세 번이나 음주운전을 저지른 선수가 버젓이 그라운드에 복귀해 프로야구 선수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다시 받는 것이 ‘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사회적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강정호가 사죄를 위해 내놓은 약속들은 공허하게 느껴진다. 그가 KBO리그에서 뛸 수 없는 것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사회적 교훈을, 강정호는 돌아와서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강정호는 스스로에게 수 차례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물었다고 했다. 그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스스로도, 팬들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KBO리그에 복귀하겠다고 나선 것은 ‘야구를 하고 싶다’는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기적이었다며 반성한 강정호도 나중에 이를 돌아보며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 복귀를 추진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삼진아웃’과 등과 관련 사과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 복귀를 추진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삼진아웃’과 등과 관련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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