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언론관
국회에 출입하는 막내 기자들은 '뻗치기'를 하는 게 주요 업무다. '기다린다'는 뜻인 뻗치기는 주로 외부로 공개되지 않은 회의나 모임을 취재하기 위한 것인데 회의에 참석했던 국회의원들에게 한 두 마디를 듣기 위해 길게는 한 나절을 회의장 앞에서 뻗쳐야 한다.
대부분 의자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기다리는 게 막내 기자들의 운명이다. 이를 안쓰럽게 여긴 한 의원은 사비로 휴대용 방석을 제공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지난 4일 이런 모습을 보며 "끔찍하다"고 막말성 발언을 했다. 최 의원은 "(뻗치기) 취재 방식이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최 의원의 눈에는 제 1야당 지도부의 비공개 논의 사항을 한 두 마디라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정말 못볼 것이라도 될만큼 위협적이던 것일까. 아니면 최 의원은 기자들에게 무엇을 그렇게 절실하게 숨겨야할만큼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 것인가.
하지만 기자에게 이 발언이 '끔찍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민감한 내용은 알려고 하지 말고 당에서 공개하는 것만 받아쳐라'는 독재적 언론관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 해석이 맞다면 잡지 기자 출신으로 언론 전문성을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발탁된 최 의원은 언론의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끔찍하다"고 평가한 셈이다. 언론인 출신이 한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 최 의원의 이런 언론관과 맞닿는 공통된 지점이 많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기자들은 종전과 달리 대표에게 다가가기 힘들어졌다.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만 정해진 질문과 답변을 하겠다며 문 대표의 수행 보좌진이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하게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기자들은 하고 싶은 질문을 사전에 정리해 문 대표 측에 전달해야 한다. 문 대표는 예정에 없던 질문을 던진 한 취재기자에게 "왜 개별적으로 취재하느냐, 상도의에 어긋난 게 아니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준비된 상황이 아니면 언론에 나서지 않겠다는 문 대표와 비공개 회의를 취재하려는 모습에 "끔찍하다"고 한 최 의원의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잘 포장한 '가공된' 모습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소통'과 '알권리'를 주장하며 늘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도 그 같은 행태를 답습하는, 아니 한술 더 뜨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국민을, 여론의 창구인 언론을 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행태 때문인지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선거마다 패배를 맛봐야 했고, 거기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한채 여전히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집안 싸움으로 국민의 삶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에게 진짜 끔찍한 것은 국민에게서 멀어지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닐까.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