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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窓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6/25 14:41 수정 2015.06.25 14:41
'금피아' 낙하산 망령 부활하나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한 금융연수원은 전국 은행연합회 부속 연수기관이다. 은행들이 갹출한 자금으로 행원들의 각종 연수와 자산 관리사 등 자격시험 시행을 맡고 있는 순수 민간조직이다. 청와대와의 거리가 불과 700㎙정도여서 정권교체 때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차려져 언론의 관심을 받곤하지만 평소에는 한적하기 그지 없는 곳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도 아닌 지금 금융연수원이 다시 언론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분위기 속에 숨죽이던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 마피아)'가 이 곳에 다시 똬리를 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감시의 눈길이 덜한 곳부터 낙하산 인사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한국금융연수원장에 조영제 전 금감원 부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연수원 부원장에는 허창언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하마평에 오르는 중이다.
조영제 전 부원장은 '성완종 게이트'에서 경남기업에 대출을 해주도록 신한은행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산 인물이다. 금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검찰의 수사까지 받은 인사임에도 관치금융을 통해 자리를 챙겨주겠다는 시도인 셈이다.
사실 지금까지 금융연수원 고위직 자리는 금감원 출신 낙하산들의 전유물처럼 활용되고 있다. "'금융연수원'이 아니라 '금감원연수원'"이라는 힐란이 나오는 이유다.
이장영 현 금융연수원장도 금감원 부원장 출신이며, 신응호 현 금융연수원 부원장은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냈다.
'금감원 부원장→금융연수원장, 금감원 부원장보-→금융연수원 부원장'의 낙하산이 마치 공식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연수원에는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금감원 출신 일반 직원들도 자리를 옮겨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금융소비자나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비교적 적은 보험사 감사자리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무더기로 옮겨가고 있다.
우선 금감원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 신응호 부원장은 KB금융에 인수된 LIG손해보험 감사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KB금융은 지난해 발생한 내분사태로 감독당국에 제대로 '밉보인' 회사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조기인 보험연수원장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키로 했다.
조 원장 역시 금감원 광주지원장, 소비자보호센터 국장, 감사실 국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금피아 인사다. 조 원장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최용수 현 감사위원이 금감원 출신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보험업계는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유독 많은 분야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외국계까지 포함한 국내 16개 손보사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금감원 출신이 감사를 맡고 있고, 생보업계도 24곳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금감원 출신 감사를 두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지켜보는 눈은 적은데 비해 규제가 강한 업종이다보니 '힘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유독 금피아의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를 금융사고 빈발과 공직자윤리법 시행에서 찾고 있다. 지난 3월 말 시행된 공직자윤리법은 금피아를 포함한 '관피아'의 취업제한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취업이 제한되는 금융사의 범위도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끊임없이 이어진 대형 금융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금감원 인사들 대부분은 3월말 이전에 사임했다. 따라서 이들은 바뀐 공직자윤리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축은행 사태와 동양그룹 사태,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건, KB금융 내분 등의 금융스캔들이 금감원 고위직의 취업 문을 넓혀준 꼴이 됐다.
제도의 허점은 금감원의 잘못의 아니다. 그렇다고 감독당국 출신 인사들의 영리하고 계산빠른 모습이 바람직할 수는 없다. 지금은 오히려 곰 같은 처신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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