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선수’
▲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몇 년 전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하나 있었다. 국내 유수 대학에서 입시에서의 절대적 선발기준이었던 ‘학업성적’만으로는 신입생선발을 하지 않고, 학업성적이 아닌 다른 요소를 입학전형에 가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 요소는 ‘창의성’과 ‘사회봉사경험’ ‘영재성’ ‘탐구력’ 같은 것이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우선 1차에서 학업성적으로 정원의 몇 배를 선발한 후, 2차에서 수학 ? 과학 등의 문제 풀이 능력을 평가하여 최종선발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까지 대학들의 일반적인 입시행태가 학업성적만이 절대적 기준이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학생선발을 위한 그와 같은 조치는, 전형방식의 일률성에 대한 싫증과 자율성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여러 대학에 신선한 용기와 함께 다양한 전형방법을 도입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당시 전국의 과학고나 영재고 학생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오직 시험에만 매달리는 것을 보고 ‘시험선수’라는 말이 유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험성적만으로 입학생을 뽑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가장 먼저 실천으로 옮긴 사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교훈이었다. 학생들이 하는 공부는 성적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 창의성을 가꾸기 위해서나 탐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수긍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고교내신은 대학전공과 연결되지 않는 단순 암기위주가 대부분이며, 과학고를 졸업하고 법대에 진학하거나 외국어고를 졸업하고 의대를 가고자 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소위 ‘시험선수’인 그들이 현재 체제 내의 우수한 성적의 학생이라는 이유로, 고교내신 위주의 대학입학 선발방식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도 한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이러한 교과 외적인 요소를 평가항목으로 넣자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기는 했었다. 몇몇 대학에서는 선도적으로 특별한 전형요소를 만들어 독특한 자기대학 만의 필요 인재를 선발하려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나 이마저도 ‘학업성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방식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는데, 그 까닭은 현재의 교육체제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를 외면하지 못하는 실정이기도 하겠지만, 현재의 교육시스템에 충실할수록 더욱 ‘학업성적’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에 빠져드는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각 대학들이 공평한 원칙과 선발대상에 대한 형평성을 고수하는 범위 내에서, 나름대로의 원하는 학생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기준에 따라 뽑을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별활동 동아리를 통한 학생의 봉사활동이 장려되어야 한다는 것은 다 잘 알고 있는 일이지만, 자기의 아들 ? 딸이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나서는 공휴일 아침이라면, 우리 부모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봉사활동 안가면 안 되는지’‘학교성적의 점수가 부여되는 봉사활동인지’‘그냥 종일 집에서 공부만 할 수는 없는지’를 걱정하는 교육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길 수 있는 문화에 살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조건의 첫 번째 발걸음이 적어도 ‘학업성적’ 만으로 학생을 선발해서는 안 되는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교과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바람직하다. 또 그런 쪽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옳다. 운전교육을 단순히 운전기술교육만이라고 말할 수 없듯이, 교육을 단순히 ‘학업성적’을 올리는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운전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운전예절을 가르쳐야 진정한 운전교육을 한다고 할 수 있듯이,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지 않는 학업성적향상 교육은 우리가 개선해야 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시험선수’가 아니라 다양한 재능과 창의력을 발굴하고 장려하는 교육시스템 마련을 위해, 또 그 시발점이 되는 다양한 전형요소의 개발을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