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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한정호'의 고독에‘눈물 펑펑’..
사회

'한정호'의 고독에‘눈물 펑펑’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7/01 14:49 수정 2015.07.01 14:49
유준상, '풍문' 끝내고 '한정호'가 싫어져




'계속 쳇바퀴 돌 듯 걷고 있는 한정호. 그게 벌이다.'
지난달 성공적으로 종영한 SBS TV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연출 안판석)의 대본 마지막은 이랬다. 마지막 회 방송은 집 안을 걷는 '한정호'의 뒷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끝났지만 그 뒤로도 '한정호'를 연기한 유준상(46)의 걸음은 계속됐다.
"계속 걸었어요. 안방에 갔다가, 서재에 갔다가, 아기 방에 가는데 그 때부터 눈물이 나는 거예요. 제 방으로 들어가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정말 펑펑 울었죠."
유준상은 그 때 흘린 눈물을 "'한정호'에 대한 슬픔"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누군가에게 진정한 이해를 받아 본 적이 없고 그나마 곁을 지키던 사람들마저 모두 떠난 '한정호'의 고독과 외로움에 난 울음이었다.
드라마가 끝난 뒤 만난 유준상은 '풍문으로 들었소' 종영 전 기자간담회 때 보다 한결 차분했다. 당시 유준상은 들뜬 모습으로 극 중 '한정호'의 집으로 나오는 1000㎡(300여 평) 규모 저택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처음에는 되게 유쾌하고 즐거운 인물이었잖아요. (사람들이)'유유커플'이라고 부르면서 좋아해 주고, 현장에서도 제가 '갑'이니까 신나있었죠."
행복하게 '한정호'로 살던 유준상은 극이 진행될수록 혼란스러워졌다. 부인의 친구인 '지영라'(백지연)와 불륜관계를 맺고, 본격적인 악행을 시작하면서 유준상이 기존에 쌓았던 '한정호'라는 캐릭터가 철저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동안 호감을 얻고, 좋은 쪽으로 화제가 됐던 '한정호'라는 인물이 사실은 이렇게 나쁜 사람이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작가님과 감독님의 극적인 장치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급격히 캐릭터가 붕괴된 '한정호'를 유준상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밝고 유쾌한 '한정호'에 몰입해 있던 탓이다. '한정호'의 측근들이 그를 떠나는 상황에서 그 힘겨움은 극에 달했다.
"아, 사람들이 나(한정호)를 싫어하는구나. 이걸 깨닫게 되면서 고독이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너무 괴로웠죠.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그냥 촬영장 근처를 하염없이 걸으면서 이대로 집에 갈까 생각도 했어요. 이제는 저마저도 '한정호'가 너무 싫어지는 거예요."
유준상의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사람은 안판석 감독이었다. 누구보다 빨리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촬영을 잠시 멈춘 안 감독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위로와 함께 '한정호'를 통해서 시청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안 감독과 긴 시간 얘기를 나눈 유준상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한 대 피우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한정호'의 쓸쓸한 결말을 연기했지만 유준상의 마지막은 쓸쓸하지 않았다. 연기력 탄탄한 동료 배우들과 연기를 맞추며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고,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다 같이 MT를 가서 '풍문으로'팀과 '들었소'팀으로 나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준상은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작가님의 대본을 기다리는 순간이 모두 소중했던 드라마"라고 회상했다. 좋은 작가와 감독, 동료 배우들을 만나 제대로 연기를 공부하고 있다는 일기도 썼다.
"감독님이 정성주 작가님은 드라마 작가가 아니라 문학 작가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정말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아요. 그 소설에서 한 축을 담당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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