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동현 언론인 한국에 있어 상층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상층과는 아예 비교대상이 아니다. 국민에게 있어 상층(上層)은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집단이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층은 지극히 우려스럽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에 못지않게 재벌이나 대기업의 경제적상층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의 상층은 오직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 집단의 상층이기 때문에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상층이 이 모양이다 보니 한국의 전 계층에 도덕불감증이 확산되고 각종비리가 만연하고 있다. 언제 한국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국가’란 말을 들을 기쁜 날이 올 수 있을까? 어느 나라 든 ‘사회는 도덕체계다’라는 말처럼 사회가 존속하고 지속되는 것은 기분적으로는 법 때문이 아니라 도덕 때문이다. 그 사회라는 도덕체계에서 수적으로 한줌도 안 되는 지도층의 도덕성만이 문제될 수는 없다. 보다 화합하는 사회, 보다 인간이 존중되는 사회는 일반국민 전체의 도덕성을 더 중요시한다. 중요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기본이 되고 토대가 된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물적 토대’가 아니라 그 ‘정신적 토대’ 위에서 사회는 이뤄지고 유지된다. 단순한 유지가 아니라 ‘사람다운 삶’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노블레스 오블리주인가. 더 적나라하게는 왜 상층만의 도덕적 위무감인가.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식 표현으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기 때문이다. 서구식 주장으로는 그들이 ‘도덕적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자연현상이 아닌 사회현상에선 위가 맑아도 아래가 부정한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도덕적 실행에선 위층이 공중의 달처럼 반드시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어느 방법이 보다 높은 가능성을 지니느냐, 이른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냐가 문제가 된다. 따라서 위층의 도덕적 의무감이 일반국민을 도덕체계 속으로 유인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그래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 지위에 맞는 ‘도덕적 의무감’이다. 높은 지위든 낮은 지위든 사람들은 모두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높은 지위’만을 말하고, 그것도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지위만을 말한다. 지도층은 엘리트층이라고도 하고 상층이라고도 한다. 좀 부정적 의미로는 지배층이라고도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 사람들의 높은 지위에 부합하는 도덕적 양심과 거기에 합당한 도덕적 행동을 요구한다. 왜 이 사람들의 도덕적 의무감이 그렇게 중요한가. 왜 그들만의 도덕적 의무감을 문제 삼는가. 일반국민의 그것은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물론 그럴 리는 없고 그렇지도 않다. 도덕적 의무감은 지위가 높으나 낮으나 다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왜 우리 상층은 ‘천민적(賤民的) 상층’이라고 불리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와 정부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나라들의 상층과 비교해서 우리 상층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일반적으로 그들 상층은 우리 상층과 ‘도덕적 상층’이라 말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그들에게서 나왔듯. 그들의 상층은 재산과 권력 그리고 위신(威信)만 높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수준 또한 그들 국민에 비해 아득히 높다. 그것이 또한 그들 상층이 ‘존경받는 상층’이 되는 이유다. 그에 반해 우리 상층은 돈과 힘과 높은 지위는 가지고 있어도 도덕성은 사회 내 어떤 계층의 사람들보다 떨어져 있다. 우리 상층이 ‘존경받는 상층’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존경은 고사하고 지탄이 얼마나 심한가. 그것도 입법.행정.사법의 정부기능을 수행하는 정치인과 고급관료로 구성된 위층에 대한 지탄 특히 1990년대 이후 민주화투쟁 세력들이 정부기능의 주요 부문을 맡으면서 시작된 이 정치적 상층에 대한 국민의 지탄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이전 산업화 세력인 재벌이나 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혼돈과 무질서, 지역적. 계급적 깊은 갈등은 모두 그들에게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어떤 일을 한다 해도 신뢰를 상실케 한 그들의 도덕적 결핍이다. 국가 관리능력의 부재에 앞서 도덕적 긴장감과 도덕적 의무감이 사라진 그들의 행위는 나라의 기강을 크게 와해시켜왔다. 우리도 하루빨리 ‘노블레스 오블리주’ 국가를 구축해야 한다. 하여 차기정부에서는 정치적 상층뿐 아니라 경제적 상층인 재벌이나 기업까지도 확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