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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오늘의 窓]실패한 망자의 복수극..
사회

[오늘의 窓]실패한 망자의 복수극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7/05 15:51 수정 2015.07.05 15:51

 
망자(亡者)의 복수극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죽음은 복수의 시작이었다. 그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후 표적수사 논란이 심화되면서 청와대와 검찰이 실패한 사정 책임론으로 잠시 곤혹을 치렀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 핵심 인사 등 새누리당 소속 8명의 이름과 금액 등이 적시된 메모지에다, 이들에게 언제·어디에서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는지를 밝힌 언론인터뷰까지 준비했으니 복수극의 완성을 기대했음직하다.
하지만 2일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그의 선택은 복수를 미완(未完)으로 남겨놓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실패하게 만든 자충수였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산 자들의 세상에서 죽은 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탓이다.
심지어 생전에 그렇게 챙겨주고 싶어 했던 최측근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죽은 자는 여전히 침묵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검찰은 비밀장부를 찾는 과정에서 박준호 전 상무와 이용기 전 비서실장이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구속기소한 후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상태다.
반면 불구속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친박 핵심 인사 6명은 사법처리조차 되지 않았다. 6명 중 5명은 소환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한차례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표적 수사를 주장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실패한 사정 수사 책임론이 불거졌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여전히 건재하다. 심지어 검찰에 대한 우 수석의 영향력은 더 커져 앞으로 있을 정치개혁을 위한 고강도 사정수사의 밑그림도 그가 그리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더불어 이 전 총리와 함께 지난 4월 부정부패 척결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검찰에 강력한 사정 수사를 요구했던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은 이 전 총리 낙마 후 승승장구해 그 자리를 잇고 있다. 생전 망자에게서 등을 돌리고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금고지기 한모 전 부사장은 검찰과 플리바게닝 가능성이 제기되고, 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던 검찰은 이미 그를 잊은지 오래다.
그가 진정 복수를 원했다면 끝까지 살아남았어야 했다. 생전 그가 말했던 것처럼 어린 시절 갑자기 아프기 시작한 갓난쟁이 막내 동생을 업고 세찬 겨울 찬바람을 뚫고 멀리 일하러갔던 엄마를 찾으러 갔듯이 말이다.
그렇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자신의 부정을 고백하고 그들에게도 참회하라고 했어야 한다. 복수의 완성은 그럴 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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