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자신과 경쟁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후보에게 새도정준비위원장직을 제안하고 신 전 후보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제주는 통합정치의 실험장으로 전국의 주목을 받게 됐다. 원 당선자는 지사직 인수위원회를 새도정 준비위원회로 이름까지 바꾸고 협치를 위한 도정을 준비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도 정무부지사 자리를 사회통합부지사로 이름을 바꾸고 야당 쪽에 추천을 요구했다고 한다. 남 당선자는 특히 진보진영 출신인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와도 협력해 조언도 구하고 바람직한 교육사업이면 예산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도지사 당선자들의 새로운 시도는 과거 정치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시도일 뿐 아니라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향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 할만하다. 그동안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과 이념으로 네편 내편을 갈라 극단적 대결을 펼치면서 사회의 통합을 촉진하기 보다는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 정치사에서 선거의 승자가 패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선거 때가 되면 입으로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말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편협한 진영논리에 갇혀 상대방을 적으로 여길 정도로 극단적 경쟁의 길을 걸어왔다. 실제로 원 당선자에게 화답한 신 전 후보에게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당을 떠나라고 하고 있다. 선거결과 승자는 권력을 무기로 때론 노골적으로 때론 드러나지 않게 보복과 탄압을 일삼았고 이로 인해 결과에 승복한다고 했던 패자도 결국 증오와 대결의 정치에 빠져드는 악순환이 이뤄져 왔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와 경기도의 실험이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진 여야의 현실의 벽을 허무는 상생과 통합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야당도 두 당선자의 제안을 적극 수용해 모범적인 통합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경필 원희룡 두 당선자는 자리 하나를 나눠주는 일회성 제안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상대의 좋은 공약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임기 내내 항상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도정운영을 통해 정치적 쇼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이같은 정치실험이 제주도와 경기도 뿐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도 실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