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최근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며 "투자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대외 수요 부진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해 12월 '경기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번 경제 동향에서는 '경기 둔화 가시화'를 언급하면서 지난달보다 경기 위험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모습이다.
경기 진단이 어두워진 배경으로는 수출 부진을 꼽았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제조업이 자동차 부문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 폭이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지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수출은 9.5% 감소하며 전월(-14.0%)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품목별로는 선박(76.1%)이 크게 확대됐으나 반도체(-29.1%), 석유화학(-23.8%)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대(對)중 수출 감소 폭이 지난해 11월(-25.5%)보다 확대된 27%나 쪼그라들었다. 작년 11월 수출 물량도 반도체가 1.4% 감소하면서 전년보다 6.3%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지표가 크게 늘었다.
제조업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11월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년 전과 비교해도 0.6%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15.0%), 화학제품(-13.7%), 1차 금속(-18.6%), 전기장비(-7.8%) 등 제조업이 부진하면서 광공업 생산이 전년보다 3.7% 감소하면서다.
작년 11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3.1%로 낮은 수준에서 정체된 가운데 재고율(127.6%)은 전월(122.8%)에 비해 대폭 상승하며 제조업 부진을 시사했다.
1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71로 지난달(70)에 이어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소매 판매도 1년 전보다 2.2% 뒷걸음질했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의복 등 준내구재가 10% 감소한 영향이다.
다만 설비투자는 제조업 부진에도 11.0% 증가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반도체 관련 특수산업용 기계 수주가 36.5% 증가하였으며, 12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도 10.1% 늘었다.
건설투자는 10.2%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미분양 주택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착공도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주택시장의 침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