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꾸라진 가운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으로는 경기 회복의 '불씨'조차 피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민생 경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트럼프발(發) 관세 위협 등 대외 리스크까지 겹치며 역성장 '쇼크'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추경 '골든 타임'을 놓친 만큼 발 빠르게 규모를 더 확대한 2차 추경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 18일 산불 피해 복구, 통상 대응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제고, 민생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경기 진작용이 아닌 시급한 항목 위주의 '필수 추경'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추경안과 관련해 "순수하게 경기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을 했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시급하고 필수적인 항목 위주로 추경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12조원대 규모 추경안이 풍전등화와 같은 한국 경제가 마주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침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관세 충격이 한국 경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고 있어서다. 실제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2일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아시아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신흥개도국을 포함해도 멕시코(1.4%→0.3%), 태국(2.9%→1.8%)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낙폭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우리나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을 -0.2%로 집계했다.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공식 전망치(0.2%)보다 0.4%p나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0.2%) 이후 9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상황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정도가 이전 경험에 비해 크고 기간도 길었고, 미국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활동이 예상에 못 미쳤다"며 "(현재 한국 경제는)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 재정·경제 분야 심사를 지원하는 싱크탱크인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정부 추경안이 경제성장률을 최대 0.137%p밖에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성장 국면으로까지 내몰린 한국 경제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이번 추경안이 전체 경제성장률에 기여하는 효과는 0.127~0.137%p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경안 총량이 악화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선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취약계층 생활안정 지원과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를 위해 추가로 투입한 재정이 각각 2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며 "이번 추경안을 통한 경기 안정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통상 분야의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회복 지연, 건설경기 침체 심화 등으로 우리 경제 성장판이 닫히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경안 심의기간은 물론이고 향후에도 우리 경제 여건을 수시로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정을 통한 경제·민생 안정, 성장동력 확충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보고서는 지난 2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을 인용해 "최근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선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0.2%p 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