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6·3대선 후보 변경 지명을 위해 추진한 전국위원회 당원 투표가 10일 부결됐다.
당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고 했던,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11일 김문수 후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변경 지명을 위한 당원투표 결과 안건이 부결됐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려는 충정으로 당원의 뜻에 따라 내린 결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원 동지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절차와 과정의 혼란으로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권 비대위원장은 “당원투표 부결로 비대위의 관련 결정들이 무효화돼 김문수 후보의 대통령후보 자격이 즉시 회복됐고 내일(11일) 공식 후보등록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것 안타깝습니다만 이 또한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물러나겠다”며 사퇴했다.
이어 “당원 동지 여러분은 우리 당이 이재명 독재를 막아내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너무나 어려웠던 시기에 저와 함께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결국, 당 지도부가 사상 처음으로 추진한 대통령 후보 교체 시도가 혼란만을 낳은 채 약 24시간 만에 무산된 것이다.
경선에서 선출된 김 후보가 후보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를 거부하자, 당 지도부는 지난 9일 밤부터 교체 절차에 착수했지만, 당원 투표에서 부결되며 대혼란이 가까스로 수습됐다.
김 후보는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으나, 지도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10일 0시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한덕수 예비후보를 대체 후보로 발빠르게 추진했다.
사무총장인 이양수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새벽 김 후보 선출 취소와 함께 대통령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냈다. 한 후보는 이에 맞춰 오전 3시 30분 국민의힘에 입당해 책임당원이 됐다고 밝혔다.
오전 3시부터 1시간 동안 이뤄진 등록 신청 결과, 한 후보가 단독 등록했고 김 후보는 자격을 상실했다.
후보교체를 서둘러 마무리한 지도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당원 대상 ARS 투표를 진행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김 후보는 법원 심문에서 "정당은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하는데, 당이 새벽에 후보자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선출을 취소하고 다른 후보자를 뽑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며 "김 후보는 지도부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과 거짓말을 반복하며 갈등을 일으켰다"고 맞섰다.
이같이 후보와 지도부 간 충돌이 정면으로 이어지자, 당내 경선 주자들과 비주류 의원들은 지도부의 교체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동훈 후보는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 홍준표 후보는 "두 X이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 안철수 후보는 "막장극을 자행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후 저녁 7시 김 후보 측과 한 후보 측은 다시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후보 측은 중재안을 반영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절반만 적용한 '100%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제안했지만, 한 후보 측은 K-보팅을 활용한 전 당원 투표를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고, 협상은 40분 만에 다시 결렬됐다. 결국 오후 11시 비대위는 ARS 투표 결과를 확인했고, 교체 반대가 근소하게 많다는 결과에 따라 교체안은 부결됐다.
정치권에서는 당원 투표 안건이 부결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우려하는 당원들의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시점에 후보 교체를 거듭하는 혼란상을 보이면서, 당 안팎에선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서 범보수 진영이 연대해야 한다는 '반(反)이재명 빅텐트' 전략도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실패와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시도 무산으로 당장 차질을 빚게 됐다”고 진단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