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밀리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을 스스로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나흘 차에 접어든 가운데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30% 박스권'을 벗어나려면 윤 전 대통과의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명·출당 등 강제 조치 요구에 수용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기조를 택한 것이다.
김문수 후보 측 관계자는 "대선 국면에서 김문수 후보가 이 문제에서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후보는 당의 정치적 의사결정에도 관여하지는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역할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를 필두로 당·선대위 지도부에 주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태 지명자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당내 윤 전 대통령 탈당 요구에 관한 질문에 "'윤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라는 것은 많은 국민이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이것(탄핵의 강)을 넘어가기 위한 과정들을 이번 주 안에 다 끝내겠다"고 밝혔다.
어떤 방식으로든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지명자는 이날 전국위원회를 끝으로 최종 인준 절차를 마치면 비대위원장으로서 주도권을 쥐고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전·현직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내용 등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갑자기 윤 전 대통령을 내쫓는다고 중도층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고, 밖에서 관계자들과 계속 통화를 한다면 의구심은 계속될 것"이라며 "설사 개인적 의견을 제시해도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해서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대통령과의 관계는 표심에 영향을 주는 변수인 만큼 최대한 말을 아껴왔으나, 중도 확장을 위해선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호남 출신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 처음 참석한 자리에서 "오늘 중으로 윤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을 권고할 것을 제안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기류로 읽힌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출당이냐, 자진 탈당이냐의 시비가 시작됐는데, 더 커지기 전에 본인의 결단만 남았다"며 사실상 자진 탈당을 촉구했다.
아울러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당원·지지자들로부터 '출당 찬반' 문자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을 '당장 출당시키라'는 요구부터, '출당시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경고 문자까지 쏟아지고 있어 아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탈당 여부는 윤 전 대통령 본인이 결정할 일"이라며 "대통령실은 현재 윤 전 대통령과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탈당 요구에 대한 거부 반응도 감지된다.
윤 전 대통령 탈당이 김문수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에게는 개인적인 지지세가 있다"며 "차기 당권을 노리는 측에게는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윤 전 대통령 지지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