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보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에너지 정책과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요금은 일반 가계는 물론 소상공인 및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등 국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한 공공요금인 데다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 및 인상 여부와 관련한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TV 토론에서도 대선 후보들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생산 단가 및 송전 비용 등을 놓고 갑론을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활용과 전력요금 차등을 통한 지역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현재는 생산지와 소비지의 전력요금이 같은데, 장기적으로는 차등을 둬야 한다. 송전에 비용이 드니까 차등을 두는 게 합리적"이라며 "(차등을 통해) 비용을 낮추면 서남 해안, 호남, 경남 지역에 데이터센터나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중앙집중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며 "지방 분권에 대한 지원은 국가가 존속·지속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후보는 호남 지역 유세에서도 "송전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데,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지역 가격이 똑같다. 이러면 안 된다"며 '전기요금 거리 비례제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전국의 동일한 전기요금 체계는 지방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며 지역별 차등 요금제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기요금이 같다면 기업이 지방 이전을 꺼릴 수 있다는 논리다.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화는 차기 정부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지역별 차등 요금제의 근거를 담고 있고,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전기요금 개편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력 소비가 주로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은 영호남 등 비수도권 지역에 편중된 현실과 맞물려 있다.
여하튼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력 생산지인 비수도권의 전기요금이 수도권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기반시설이 비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내부에서도 전력 자급률에 차이가 있고, 기존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 우려도 있어서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후보들은 토론회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차기 정부의 에너지 ㅍ스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원전을 짓지 않고 AI 3대 강국을 어떻게 하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다 생각하지 않느냐"며 "이 후보는 원전을 만드는 두산중공업이나 원전 현장을 찾아 얼마나 안전한지 점검해봤나"라고 따져 물었다. 또 김 후보는 "저도 재생에너지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원전 비용이 풍력발전에 비해 8분의 1밖에 안 되고, 태양광에 비해 6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싸고 안전한 원전을 왜 안 했나"라고 반문했다.
이준석 후보도 "서남해안 풍력발전은 발전단가가 ㎾h(킬로와트시)당 300원 가까이 들고, 원전은 50∼60원이라서 어느 게 효율적인지는 드러나 있다"며 "이재명 후보가 환경 카르텔의 입장을 받아들여 산업을 저해할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원전, 재생에너지, 다른 에너지가 모두 복합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며 "다만 비중 측면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원전을 활용하되 과하지 않게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문수 후보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해 '반값 전기료'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전력당국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2023년 11월, 2024년 10월 두 차례 인상했다. 국민 경제 부담과 생활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동결됐다.
산업계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이 주력 수출 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발 관세에 더해 전기요금 부담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의 '반값 전기료' 공약은 이 같은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태기자